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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2
앤소니 버제스 지음, 박시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평점 :
알렉스와 피트, 조지, 그리고 딤은 '코로바 밀크바'에서 마약이 든 우유를 마시고 지나가는 노인의 책을 빼앗아 찢고 구타한다. 그리고 '뉴욕 공작' 술집에 들어가 나이든 할머니들에게 술을 사 돌리는 것으로 알리바이를 확보한 후 강도짓을 한다. 길거리에서 빌리보이 패거리를 만나 체인과 나이프가 오가는 패싸움을 벌인 후 집으로 돌아온 알렉스는 베토벤의 음악을 듣는다.
어느 날인가는 외딴 집에 난입하는데 집 주인은 작가로 <시계태엽 오렌지>라는 원고를 집필중이었다. 알렉스 일당은 작가가 보는 앞에서 그의 아내를 윤간한다. 그리고 얼마 후 패거리는 홀로 사는 할머니 집을 털기로 하는데 먼저 들어간 알렉스가 할머니와 실랑이를 벌이다 할머니를 폭행치사하고 나머지 패거리는 알렉스를 배신한다. 14년형을 언도 받고 감옥에 갖힌 알렉스는 감방 안에서 또 다시 살인에 휘말리고, 정부는 알렉스를 '루도비코 요법'이라는 새로운 갱생요법의 첫 희생자로 삼는다. 일종의 조건반사의 응용인 '루도비코 요법'은 폭력, 강간, 살인, 방화 등 범죄와 관련된 영화를 틀어주고 강제로 보게 하는 한편 그것을 볼 때마다 신체에 고통이 오게 만드는 방법이다. 알렉스는 이주일간의 요법으로 선과 악을 선택하는 능력이 거세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던 음악마저 요법 시행 중 함께 듣는 바람에 더 이상은 즐길 수 없게 되어버렸다.
출옥 후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곳에는 엉뚱한 녀석이 하숙생으로 들어와 알렉스의 방을 차지하고 있었고 자신을 배신한 딤과 라이벌이었던 빌리보이는 경찰이 되어 있었다. 시외로 끌려가 딤과 빌리보이에게 두들겨 맞은 알렉스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어떤 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그곳은 예전에 알렉스가 난입하여 강도질과 강간을 했던 <시계태엽 오렌지> 작가의 집이었다. 작가의 아내가 그때 사건으로 자살했다는 것을 알게 된 알렉스는 언행을 조심하지만 작가는 알렉스가 누구인지 알아채고 만다. 작가와 동료들은 새로운 정부에 대항하기 위해 알렉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시내 모처에 가둬두고 음악을 틀어대자 알렉스는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한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알렉스를 두고 언론은 '루도비코 요법'의 희생자라고 연일 보도했고 내무부장관은 알렉스를 다시 예전 상태로 되돌려 놓는다. 또다시 패거리를 지어 '코로바 밀크바'와 '뉴욕 공작' 술집을 전전하던 알렉스는 예전과 달리 어린애 사진을 지갑에 넣어다니기도 하고, 전과 같이 폭력에 흥분하며 온 몸을 내맡길 기분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를 먼저 봤었는데 충격적이었고 불쾌했었다. 기괴한 가면과 현란한 복장의 패거리들이 폭력과 고문, 윤간을 벌이는 장면을 별다른 여과 없이 카메라에 담아낸 영화를 보면서 욕지기마저 일었던 기억이 난다.
작품은 두 층위의 폭력을 보여준다. 첫째는 일상적인 강도질과 강간에 물든 알렉스 패거리의 폭력이고 두번째는 사상범을 가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인간의 자유의지를 거세해버리고 '태엽'을 장착해 기계같은 인간들을 양산해 내는 정부의 폭력이다. 첫번째 폭력이 덜 역겨운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화자'라 칭하는 알렉스와 독자의 심리적 친밀함은 정부의 폭력이 더욱 부도덕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이러한 작가의 방식이 성공을 거두었는지는 미지수이다. 소설과 영화는 극단의 찬사와 비판에 직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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