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 바라다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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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지가 좋아하는 마을>

형사 센도 타카시는 범인 추격 중 겪은 끔찍한 일로 억울성 감정불안 판정을 받고 휴직 중이다. 지인 사토미가 전화를 걸어와 용의자로 지목받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인 친구를 도와달라고 하자 센도는 눈 덮인 홋카이도 마을로 간다.

그 마을은 오스트레일리아 자본과 관광객으로 발전했지만, 그들의 활개치는 모습이 경찰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살해 사건이 발생하고 살해된 요시노 쿠미의 최초 발견자가 마침 아서라는 오스트레일리아인임이 알려지자 경찰은 그를 용의자로 점찍는다. 게다가 살해되기 전 둘이 대판 싸웠다는 목격자 진술까지 더해지자  경찰은 요시노 쿠미를 가정이 있는 아서가 데리고 놀다 차버렸다는 치정 관계로 몰아가는 수사를 진행한다.

센도는 요시노 쿠미의 관계를 더듬어 가던 중 사건 현장인 별장 때문에 부동산업자들이 골머리를 썩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났던 시각, 사토미와 아서가 함께 있었기에 아서의 알리바이는 확실하다는 것, 하지만 섣불리 얘기할 수 없는 불륜관계였다는 것도 알게 된다.

 

<폐허에 바라다>

한때 같이 근무했던 야마기시 카츠오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은 센도는 13년 전 담당했던 매춘부 살해 사건을 떠올린다. 범인은 후루카와 유키오, 오래 전에 탄광으로 번창했다가 현저히 쇠퇴해 버린 마을 출신으로 당시 신참이던 센도는 후루카와 유키오의 진술서를 끝내 받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공판에 참석했다. 후루카와의 공판장에서 변호인들은 그의 성장과정에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음을 호소하고 상해치사로 이끌어내기 위해 성장사를 얘기한다. 그 와중에 후루카와의 어머니가 동생 미유키를 댐에서 밀어 떨어뜨린 후 동반자살 하려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후루카와는 극형에 처해지는 것보다 자신의 불행한 과거가 밝혀지는 것이 더 괴로운 눈치였다. 후루카와는 센도가 공판에 참석해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시점, 그가 만기출소한 지금 동일 수법의 살인이 발생한다. 그리고 센도에게 후루카와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오빠 마음>

어촌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이시마루 코이치라는 젊은이, 살해당한 사람은 타케우치 카츠지라는 어협 간부이다. 마을에서는 토(統)라는 것을 결성하여 정치망 어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시마루는 타케우치의 토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러나 신망 없는 타케우치로부터 벗어나 다른 토로 이시마루가 옮겨가자 둘 사이에 격렬한 다툼이 있었다. 게다가 타케우치가 마을 야쿠자들까지 끌어들이자 그 대립 양상은 더욱 심해졌었다. 하지만 중재 속에서 배상금이 오간 후 그 사건은 끝이 났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시마루가 타케우치에게 주먹을 날린 사건이 벌어지고, 급기야 타케우치가 칼에 찔려 숨진다. 그 칼이 이시마루의 것인지, 준비해간 것인지가 살인 동기를 말하는 중요한 단서이다. 그런데 이시마루의 어머니는 배에 놓고 다니기 마련인 마키리라는 칼을 일별하더니 아들 것이 맞다고 단정한다. 이시마루의 막내 동생이 보이지 않는 것을 수상히 여긴 센도는 조사 중 뜻 밖의 사건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사라진 딸>

센도에게 40대 후반의 미야우치라는 남성이 찾아온다. 그는 자신의 딸이 살해당한 것 같고 시체라도 찾아 성불을 시켜주고 싶다고 한다. 내용인 경찰이 폭행범 용의자의 집을 습격하였는데 그곳에서 실종되었던 딸의 핸드백이 발견된다. 용의자는 도로로 도망치다 공교롭게 트럭에 치여 숨지고 말았는데 경찰에서는 시체가 없기 때문에 살인 사건으로 단정짓지 못하고 사건성이 없다고 판단, 수사를 중단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미해결 수사본부가 벌써 몇 개나 되는 상황에서 드러내놓고 미해결이 될지도 모르는 사건본부를 세울 수가 없는 것이다. 이에, 휴직중인 센도의 활동력이라면 어느 정도 사건을 파해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경찰의 속마음이었던 것이다.

용의자의 좌절된 꿈을 찾아가는 길이 바로 시체를 찾는 길이다.

 

<바쿠로자와의 살인>

경주마 생산 목장 주인인 오하타 타케시가 둔기로 두개골을 가격당해 죽는다. 그는 17년전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당했으나 증거가 없어 사건은 미결이 되고 말았다.

유력한 용의자는 아들들로 큰아들은 사귀던 여자와 헤어지라는 내용으로 다투다가 사냥총을 발사한 사건을 일으킨 과격한 성격이다. 반면 작은 아들은 조용한 성격이지만 아버지가 도끼로 피아노를 박살내 꿈을 접어야 했던 과거가 있다. 그들의 증오와 17년전 진실이 만나 살인이 벌어진다.

 

<복귀하는 아침>

센도는 나카무라 유미코라는 여성으로부터 살인혐의에 처한 동생을 도와달라는 말을 듣는다. 살해당한 여자는 30세의 미인으로 소사체로 발견되었다. 매스컴이 유미코의 동생 하루카 역시 자산가의 딸이고 미인이라는 것에 주목하여 스캔들성 취재를 위해 집안에 진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찾아간 집 앞에 매스컴은 없었고, 센도는 우연히 유미코의 손에 약혼 반지가 없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하루카의 결백을 증명해 줄 것이라며 소개해준 마담은 뜻밖의 사건을 이야기해 준다. 하루카와 마담이 한 남자로 엮였는데 대판 싸우고 난 다음에 마담의 고양이가 불에 탄 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제 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휴직중인 형사 센도는 추리가 뛰어난 형사도, 그렇다고 과격한 행동파 형사도 아니다. 과거 끔찍한 사건으로 현장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 휴직을 명 받은 센도는 경찰수첩을 가지고 다니지 못하고 체포권도 물론 없다. 대신에 담당 구역을 벗어날 수 있고, 경찰이면서도 외부인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가 있다. 

소설은 사건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둘러싼 인간군상들의 욕망과 본성에 주목하여 전개된다. 때로 센도는 사건 해결의 단초가 될만한 아이디어만을 떠올리기도 하고, 실제 해결은 지역 경찰의 공으로 돌리고 조용히 사라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무리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사건을 파해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본성, 그리고 센도가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023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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