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주세요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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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서 버림받아 육아원에서 살아온 리리카는 인간에 대한 불신과 외로움 때문에 자살을 기도했다가 실패한다. 그런 그녀에게 나가사와 모토지로 라는 이름의 남자가 편지를 보내온다. 그는 리리카가 '인간을 진심으로 신뢰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사람'이라고 써 보냈고, 그 말에 마음이 움직인 리리카는 답장을 보낸다.

둘은 서로 진실만을 이야기 하되 절대로 만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편지를 주고 받는다. 리리카는 모토지로에게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에게 고민을 털어 놓으면서 점차 사람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회복해 간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보육교사가 된 리리카는 아버지가 주는 따뜻한 느낌이 그리워서 원생의 아버지와 불륜에 빠지고,그 일이 들통이 나 술집에 나가게 되는 등 위태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모토지로는 그런 그녀에게 섣불리 그만두라고 하는 대신 따뜻한 애정으로 위로하면서 '힘 내지 않아도 좋다'라고 말해준다.

리리카는 우여곡절 끝에 생부를 만나게 되고 관계를 회복해 가는 한편 다시 보육교사 자리를 얻게 된다. 그리고 모토지로와 리리카는 각기 다른 사람을 만나 연애를 시작한다. 모토지로의 답장이 뜸해지고 그 이유가 모토지로가 새로 사귄 여자친구 후키가 루게릭병에 걸려 2년도 채 살지 못하며 투병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리리카는 자신이 모토지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침내 모토지로를 찾아 하코다테를 찾아간 리리카는 모토지로를 만날 수가 없었고 그가 보내 온 편지와는 많은 것이 다르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 한다. 그리고, 모토지로의 어머니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모토지로는 리리카의 친 오빠였고 루게릭병에 걸린 것은 모토지로 자신이었다는 것. 실의에 빠져 자살하려고 한 여동생에게 어떻게든 희망을 주기 위해 편지를 보냈지만, 자신이 몹쓸 병에 걸려 곧 죽을 것을 알렸을 때에 여동생이 상처입을 것이 두려워 이야기를 꾸며냈다는 것이다. 결국 모토지로는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다가 죽고, 남은 리리카에게 모토지로의 일기장이 배달된다.

 

편지를 주고 받는 모토지로와 리리카는 애틋하다. 아니, 마음을 전하는 것은 언제나 애틋하다. 뒤늦게 전달될 때는 더욱. <별의 목소리>에서의 문자 메시지나, <러브 레터>-그러고 보니 츠지 히토나리는 나카야마 미호의 남편이다- 에서 대출카드 뒷면의 연필 초상화가 그런 느낌을 주는 이유도 그 도착의 엇갈림에 있는 것은 아닐까. 

 

박주영의 <백수생활백서>에 <사랑을 주세요>의 한 구절이 인용되어 있어 흥미가 동했다. "그때 나를 구원해준 건 책이었어요. 도서관에 쌓이 수많은 책들. 그 책들은 내가 내 의지로 손에 들지 않으면 결코 문을 열어주지 않는 참된 친구였어요. 그들은 거짓말을 하는 법이 없거든요. 아니, 그 반대지요. 좋은 소설이란 완벽한 거짓말로 꾸며진 또 하나의 진실이니까요." 

내용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지만 잠깐 동안 서정적인 영화를 한 편 보는 느낌은 좋았다. 물론, 책은 어느 누구도 구원해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구원은 현실에 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47067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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