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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라토 칸타빌레 ㅣ (구) 문지 스펙트럼 19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정희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모데라토 칸타빌레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피아노 선생의 질문에 고집스레 알고 있는 바를 이야기 하지 않는 아이, 그리고 다른 생각에 잠겨 있는지 약간 핀트가 안맞는 대답을 반복하는 엄마 안 데바레드. 이것이 소설의 첫 장면이다. 잠시 후 비명 소리가 들린다. 카페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안 데바레드는 현장에서 여자의 시체를 껴안고 키스를 하는, 피묻은 얼굴의 남자를 발견한다.
안 데바레드는 카페로 술을 마시러 간다. 포도주를 한 잔, 두 잔 마시며 쇼뱅이라는 남자와 이야기를 한다. 쇼뱅은 안 데바레드의 집과, 그녀의 행동거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는 안 데바레드를 오랫동안 관찰한 듯 하다. 반면에 안 데바레드는 쇼뱅에게 남자가 여자를 죽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을 부탁한다. 둘의 이야기는 촛점이 맞지 않고 어긋나며, 시간의 제약을 받는다.
그녀의 귀가는 점점 늦어지고, 급기야 자신이 안주인으로 손님을 맞아야 하는 파티에 늦는다. 하지만 남편은 절제된 태도로 화를 감춘다.
안 데바레드와 쇼뱅의 어긋난 대화와 어긋난 만남은 이어지고 쇼뱅이 그녀에게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안 데바레드는 '그대로 되었다'고 답한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모데라토 칸타빌레>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강렬한 성적 체험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히면서 경험이 격렬했던 만큼 더욱 엄격한 형식을 택했다고 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숨 막힐 듯한 열기와 농밀함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자꾸만 엇나가는 등장 인물들의 대화, 그리고 성적 암시들이 직접적으로 이야기 되지 않음으로 기인하는 것이다.
안 데바레드는 자신의 내밀한 욕망 때문에 도덕적 한계선을 넘기 직전의 상태이다. 그리고 한계선 너머에 쇼뱅이 있다. 그는 자신이 관찰한 안 데바레드의 행동을 반복해 말함으로서 그녀가 자신의 욕망을 직시하도록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안 데바레드의 욕망이 쇼뱅이라는 인물을 향한 것일까, 아니면 누구라도 상관 없는 것일까. 또한 그녀의 남편 역시 주어가 불분명하게 처리됨으로서 그녀의 삶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닌 듯 하다.
그 한가운데에 있는 아이는, 어머니의 위태로움을 알기 때문인지 피아노 선생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절대로 순순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피아노를 배우러 오는 외출이 끝날 것이고, 어머니는 자신이 바라는 위치에 그대로 머물러 주리라 생각하기 때문일까? 소설 속에서 확실한 것은 없다.
안 데바레드의 행위를 지독히도 퇴폐적인 분위기로 독해할지, 아니면 일종의 사랑(혹은 해방)을 향한 열망으로 독해할지는 독자에게 달려 있을 것 같다.
* 모데라토 칸타빌레 = 보통 빠르기로 노래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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