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개정신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세 번째 자살 시도가 실패한 후, 주인공 유정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대신 한 달 간만 자기를 도와달라는 모니카 고모의 청에 따라 구치소에 다니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사형수 윤수를 만난 유정은 세 명을 살해하고 심지어 17살짜리 여자애를 강간하기까지 했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에 싸인다. 유정은 열 다섯살 나던 해에 사촌오빠에게 강간을 당한 아픔이 있다. 사실을 들은 유정의 엄마는 철없는 어린애의 몽상이라는 식으로 사건을 덮으려 하였고, 오빠들 역시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후로 유정은 가족들과 단절되었고, 삶을 방관자처럼 살았으며, 사랑하는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가질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윤수는 모니카 고모와의 면회를 거북해했고, 자기를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짐승처럼 혁수정에 묶여 빵을 먹는 윤수를 본 유정은 그의 모습을 거북해 한다. 하지만 고모로부터 구치소에 있는 사람들 중 영치금을 거의 못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윤수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조금씩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그리고 살해당한 가정부의 어머니가 구치소를 찾아와 서럽게 울면서 윤수를 용서하자 윤수 역시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모니카 고모가 아파서 구치소에 올 수 없게 되자 유정은 홀로 윤수를 만나러 가기 시작하고, 어느 날 자신의 과거와 아픔을 이야기 한다. 윤수는 용서 받은 이후 남을 용서하기 시작하고, 세상을 용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살아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는다.

한 때 사형수였던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의 임기 동안에는 사형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으리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 임기 말, 미뤘던 일을 해치우듯 사형집행이 통보되고 그날 밤 유정은 엄마를 용서하려고 마음 먹는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기에, 그 일을 하면 윤수를 하느님이 살려주시기라도 하려는 듯. 하지만 다음날 예정대로 윤수는 처형된다. 동생 은수가 눈이 멀었던 것이 못내 맘에 걸렸던지 안구를 기증하였고, 그가 남긴 영치금은 시골 학교의 처마를 올리는 데 보태진다. 그리고 윤수가 남긴 노트에는 그가 유정을 사랑했다는 말이 적혀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수원 가는 기차 간에서 약간 눈물을 질금거렸던 듯도 하다. 최루성 장면이 많아서이기도 했고, 내 개인적인 감상도 한 몫 했으리라. 공지영 작가를 싫어하기 때문에 트집을 잡으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냥 무난하게 스토리가 전개되고 무난하게 끝이 난다.

사형 제도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 본 계기는 팀 로빈스 감독의 <데드맨워킹>이었다. 매튜라는 사형수가 헬렌 수녀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는 두 명의 여인을 강간한 후 살해한 자인데, 그는 헬렌 수녀에게 자신이 돈이 없어 변호사를 사지 못했으며 무죄라고 주장한다. 주범이 따로 있다고 호소하며 자신을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동안 사형은 예정대로 다가오고, 매튜는 자신이 죽음이 두려워 거짓말했을 뿐이고 범죄를 저질렀음을 고백한다.

사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데드맨워킹>의 표절, 혹은 공지영 버전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조금은 든다. 특히 강간 살인이라는 범죄 내용과 주범은 돈이 많아 빠져나간다는 설정은 똑같다. 다만 <데드맨워킹>은 대담하게도 매튜가 나치추종자인데다가 강간살인을 한 주범임을 드러내면서까지 정면으로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반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윤수가 사실은 종범, 혹은 방관자에 지나지 않았다는 설정이 다르다면 다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조금 쉬운 길을 택한 느낌이다. 만약 윤수가 강간살인의 주범이라면 윤수의 죽음이 그렇게까지 슬프지 않을지도 모르고, 소설의 내용 상당부분이 설득력을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그런 상황에 정면 도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43967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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