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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악마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5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평점 :
소설은 나(미노우라)가 서른도 채 안되었는데 머리가 백발이 될 정도로 공포에 질렸던 기묘한 사건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이야기는 크게 도쿄에서의 추리부분과 이와야섬에서의 모험 이야기로 나뉜다.
미노우라는 내성적인 성격의 평범한 회사원이다. 회사에 새로 들어온 기자키 하쓰요라는 아가씨와 풋풋한 연애를 시작하는데 기자키 하쓰요는 친부모가 누구인지, 고향이 누구인지 잘 기억하지 못하고 지금은 양어머니와 살고 있다. 그녀가 기억하는 것은 고향의 단편적인 모습과 동생이 있었던 것 같다는 점, 그리고 오래된 낡은 족보 뿐이고 족보에 의하면 그녀 가문의 성은 히구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노우라와 하쓰요 사이에 결혼 이야기가 오고갈 즈음에 하쓰요에게 또다른 남성이 구혼을 한다. 그 남성의 이름은 모로토이고 젊은 의학자에 부자인데 미노우라에게 동성애를 느끼던 남성이다. 미노우라는 모로토가 자신을 빼앗기기 싫어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쓰요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아 양어머니와 약간의 다툼이 생긴다. 그러던 중 어느날 하쓰요가 살해당한다. 하쓰요는 며칠 사이에 허리가 무척 굽은 노인을 집 근처에서 보았다며 불안해 했었다. 하쓰요의 집에는 침입한 흔적이 전혀 없고 없어진 것은 그녀의 손가방과 초콜릿 깡통 뿐이었다.
하쓰요의 유골 일부를 먹으며 복수를 다짐한 미노우라는 미야마기 고키치라는 아마추어 탐정을 찾아가 상의한다. 미야마기 고키치에게 하쓰요가 주었던 족보와 그녀가 설명했던 고향 풍경을 건낸 후 미야마기는 여러가지 조사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사건을 풀어나간다. 여행에서 돌아온 미야마기는 자신이 협박 당하고 있다면서 어떤 물건을 정해진 시간까지 돌려주지 않으면 살해하겠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말한다. 미야마기는 그 물건을 돌려주지 않을 결심을 하고 미노우라에게 우편으로 부친 후 미노우라와 함께 해변에 가서 아이들과 모래 장난을 하면서 논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이 되자 미야마기는 아이들이 덮어주었던 모래 안에서 칼이 꽂힌채 주검이 된다. 집으로 돌아와 미야마기가 보내준 물건을 풀어본 미노우라는 그 물건이 석고상에 다름아니며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다.
사건 조사중에 모로토의 모습을 자꾸 발견한 것 때문에 모로토를 의심하게 된 미노우라는 모로토를 찾아갔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모로토는 과거의 구혼활동을 무척 반성하며 미노우라에게 사과하고 자신도 사건을 조사중이었으며 어느 정도 단서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하쓰요의 집과 맞붙어 있는 고물상에 있던 커다란 화병을 조사하는 중에 화병 속에 사람이 숨어들어갔다가 밤중에 마루 밑으로 잠입한다면 침입 흔적이 남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선입견 속에서 살인자가 건장한 장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지나친 것이며 만일 같은 논리대로라면 미야마기를 죽인 것도 같이 놀던 아이 중 한명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로토는 범인이 아이이기 때문에 아무 쓸모도 없는 초콜릿 깡통을 가져갔다고 추리하고 사건 당시 공연을 하던 서커스단의 아이 한명이 유력하다고 조사되어 집으로 데려온 후 자백을 받아낸다. 하지만 그 아이는 하쓰요가 보았던 노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쏜 총에 맞아 죽고 사건이 오리무중에 빠진다.
모로토는 하쓰요와 미야마기, 그리고 서커스단의 아이를 죽인 범인은 괴노인임이 분명하지만 증거가 없으므로 이제 남은 문제는 '왜 그들이 죽었는가'에 있다면서 미야마기가 남긴 석고상에 비밀이 있다고 판단한다. 석고상을 깨뜨리자 그 안에는 족보와 한 권의 공책이 나온다. 족보에 숨겨져 있는 종이에는 알 듯 모를 듯 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다.
신(神)과 불(佛)이 만난다면
동남방 귀신을 때려 부수고
아미타(阿彌陀)의 공덕을 찾을 것이다
6도(六道) 네거리에 혼동되지 말라
그리고 공책에는 서툰 글씨로 충격적인 일들이 적혀 있는데 그것은 자신이 어떤 토굴에 갖혀있다는 내용이다. 그 공책을 쓴 사람의 이름은 히데짱이고, 히데짱의 기록에 따르면 자신은 샴쌍둥이와 같이 다른 사람과 몸이 붙어 있는데 동성이 아니라 이성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십년이 넘도록 그 토굴에 갖혀있는 히데짱이 쓴 마지막 글로 미루어 미야마기가 그 섬을 여행 하던 중 히데짱을 만난 것이 분명했다.
모로토는 공책을 모두 읽어본 후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 해준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미루어 보아 히데짱이 갖혀있는 곳은 자신의 고향인 이와야 섬이고 괴노인은 자신의 곱추 아버지인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의 아버지는 곱추인 것 때문에 정상인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었고 정상인으로 태어난 자신은 집을 떠나 도쿄에서 의학을 공부한 것이다, 하는 내용이다.
모로토와 미노우라는 함께 섬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공책을 기록한 히데짱도 토굴의 창살 사이로 보게된다. 미노우라는 히데짱에게 한눈에 반하고 너무나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족보의 내용이 보물위치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것, '신(神)과 불(佛)이 만난다면 동남방 귀신을 때려 부수고'가 '기둥문과 지장보살의 그림자가 만나는 시간에 동남방의 귀와의 그림자가 가르키는 곳으로 가서 그곳을 부순다는 의미임을 알아낸다. 그리고 '아미타의 공덕'은 보물이고 '6도 네거리'는 미로를 가르키는 것이라는 것도 밝혀낸다.
모로토의 아버지인 죠고로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보물을 발견하고 히데짱 등 갖혀 있는 사람도 구해낸다. 그리고 히데짱이 바로 하쓰요의 기억 속에 있던 동생이었고 그 이유로 미노우라가 한눈에 반했던 것임을 알게된다. 보물의 소유자는 히데짱이 되었고 미노우라는 그녀와 결혼한 후 장애를 자긴 사람들을 치료하는 병원을 세워 그들을 도우며 살아간다.
에도가와 란포 상을 받은 작품은 많이 읽어보았지만 정작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격 추리물로서의 밀실과 추리 부분도 괜찮았고 후반부에 나오는 이와야 섬의 미로 탐험 도 초반의 호언장담에 걸맞게 공포스럽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팔묘촌>이나 <이누가미 일족>처럼 초반에 너무너무 기괴하고 무시무시한 사건이라고 반복해 말함으로서 기대만 잔뜩 하게 만들었다가 흐지부지 되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미야마기와 하쓰요 어머니의 관계 부분은 억지스러운데가 있었지만 그 점을 제외한다면 전체적으로 구성이 매끄럽고 조밀하다. 특히나 도쿄에서 이와야섬으로의 이동을 위한 여러가지 장치가 탁월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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