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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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생명보험에서 보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와카쓰키 신지에게 어느날 한 여성이 전화를 걸어와 자살을 해도 보험금이 나오느냐고 묻는다. 신지는 어린 시절 쓰라린 기억이 떠오른다. 신지가 4학년이던 어느날 6학년이던 형이 학교 후미진 곳에서 동급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다. 하지만 자신도 함께 괴롭힘 당할 것을 두려워하여 형을 모른체 하고 그날 형이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것이다. 그 기억 때문에 신지는 여성에게 자살하지 말아줄 것을 간곡하게 설득한다.

얼마 후 고사카라는 남성이 회사로 불만을 제기하고 신지를 찍어서 자신의 집을 방문할 것을 요구한다. 신지는 그 남성의 집을 찾아가는데, 그 집은 온통 썩어들어가는 허름한 검은집이었고 집 안에는 개들이 수십마리나 있었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는 듯 했는데 잠시 후 불만을 제기했던 고사카가 집으로 돌아와 신지를 집안으로 들인다. 집안에서는 무엇이 썩어들어가는지 불쾌한 악취가 가득했다. 고사카는 자신의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왔을텐데 손님에게 인사도 하지 않는다며 아들을 재차 부르다가 대답이 없자 신지에게 아들의 방문을 열어보길 권한다. 신지가 방문을 열자, 그 방 안에는 고사카의 아들이 목을 메어 죽어있다. 충격적인 광경에 놀라던 신지는 문득 고사카가 자신의 아들 시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경찰에게 기이한 느낌을 얘기하자 경찰 역시 살인이 아닌가 의심하고 쇼와생명보험에서는 사고보험금 지급을 사건이 확실히 종결된 다음으로 미룬다. 이에 고사카는 매일같이 같은 시간에 신지를 찾아와 언제쯤 보험금이 나오느냐는 질문만을 집요하게 되풀이한다. 차라리 화를 내거나 폭력을 휘두른다면 마음이 편할텐데 그는 좀처럼 태도에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고사카는 자신의 손가락을 깨무는 자해를 하게 되고 그 와중에 신지는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고사카는 과거에 자신의 손가락을 스스로 절단하여 보험금을 타내려한 경력이 있었고 초등학교 동창인 사치코와 결혼을 하였다. 사치코는 재혼인 듯 한데 죽은 아이는 사치코가 데려온 아이이다. 또한 고사카가 어렸을 적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토끼들이 목메달려 죽는 사건이 일어났었다는 것과 고사카가 쫓아다니던 여학생이 소풍 때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물에 빠져 죽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신지는 그 학생을 죽인 사람이 고사카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들이 졸업한 초등학교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문집을 발견한 신지는 심리학을 전공하는 여자친구 메구미와 지도교수, 그리고 조교수에게 보여준다. 조교수인 가나이시는 고사카를 사이코패스인 것이 틀림없다며 신지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고사카와 직접 접촉을 시도하던 가나이시가 실종되었다가 시체로 발견된다.

본사에서 조사하던 고사카의 청구건은 뜻밖에도 지급 결정이 내려지고 경찰에서는 고사카의 알리바이가 확실했다고 답변한다. 납득할 수 없었던 신지는 이번엔 사치코가 위험해질 차례라고 생각하여 경찰을 사칭한 경고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그 편지를 보낸 후 메구미가 기르던 고양이가 목이 잘려서 발견되고 신지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끊기는 전화가 걸려온다. 그러던 중 신지는 1951년 서독에서 일어난 친자 독살 사건(틸트만 부인 사건)을 책에서 접하고 범인이 고사카가 아닌 사치코일 수도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다. 그리고 심리학과 교수 역시 사치코의 그네의 꿈 작문에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만 있을 뿐 아무런 감정도 들어있지 않다는 분석 결과 내놓자 신지는 그녀가 모든 것을 꾸민 것임을 알게 된다. 그 후 고사카가 양 손이 절단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사치코는 고도후유장해 보험금을 청구한다.

 

영화 <검은집>도 잘 되었고, 소설 <검은집>도 좋다. 영화는 좀더 극적인 측면에 촛점을 맞추어 사치코의 정체를 더 오랫동안 숨겼는데 영화적 어법으로 보자면 썩 괜찮았다는 생각이다. 소설에서는 사이코패스에 관한 신지와 가나이시, 메구미의 견해를 각각 제시하면서 인간 본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한다. 기시 유스케의 <유리망치>는 꽤나 실망스러웠지만 <검은집>은 기대만큼은 되었던 듯 하다. 소설을 읽다보면 일본의 보험업계와 우리나라의 그것이 얼마나 비슷한지 놀랄 정도이다. 심지어 손님들의 양태마저 엇비슷하다. 아마도 일본 우체국 간이보험 등이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으로 일본적인 요소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http://blog.naver.com/rainsky94/80135010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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