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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정벌레 살인사건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9
S.S. 반 다인 지음, 신상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5월
평점 :
자선가이며 미술애호가인 벤저민 H.카일이 박물관에서 새 조각상에 머리가 깨어진채 발견된다. 최초 발견자인 스칼릿은 탐정 파이로 번스의 친구이자 고고학자인데 현재는 블리스 박사를 도와 일을 하고 있다. 현장에 도착한 번스와 뉴욕지방검사 매컴은 카일의 시체 주변에서 딱정벌레(정확히는 스카라베) 모양의 넥타이핀을 발견하고 이것이 블리스 박사의 물건임을 알게 된다. 또한 카일이 손에 쥐고 있는 회계보고서가 전날 블리스 박사가 작업했던 서류임을 알게 된다. 게다가 새 조각상에서 블리스 박사의 지문만 발견되고, 발자국 역시 박사의 운동화와 일치하고 그의 방 쓰레기통에서 한 쪽을 찾아내자 히스 부장은 그를 바로 체포하려 한다.
번스는 범인이 이렇듯 세심하게 증거를 남길 리가 없으며 지금 블리스 박사를 체포하면 범인의 의도대로 놀아나는 꼴이라며 만류한다. 번스는 케비닛 위쪽에 새 조각상을 올려놓고 그 밑에 커튼을 끼워 넣어 아래에 있는 사람이 커튼을 젖힐 경우 조각상이 떨어지는 실험을 해보여 범인이 직접 카일에게 다가가지 않더라도 살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검사 메컴은 번스를 믿어보기로 하고 일단 블리스 박사를 풀어주는데, 박사는 잠시 후 캐나다로 도피하려다 미행하던 형사에게 잡혀오고 의혹은 점점 블리스를 향한다.
그러던 중, 카일의 조카이자 블리스 박사의 아내인 메리트아멘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솔비터가 수상한 편지를 이집트 상형문자로 썼음이 밝혀지고, 블리스 박사의 커피잔에서 아편이 발견되자 차츰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진다. 게다가 한밤중에 블리스 박사를 누군가 살해할 목적으로 단검을 던져 침대에 깊이 박히는 사건까지 일어난다.
번스는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며 범인이 스스로를 드러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는데 새벽녘 스칼릿이 사라지고 그는 미이라의 관속에서 누군가에게 습격당한 상태로 발견된다.
종국에 번스는 사건 전체를 재구성 하면서 진범은 블리스 박사가 맞다고 밝힌다. 그가 진정으로 바랬던 것은 체포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체포를 만류했다는 것이다. 즉 넥타이핀과 회계서류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 놓여 있었고, 운동화는 한짝 밖에 발견되지 않았고 나머지 한짝은 침실에서 발견되었으므로 그를 누명씌우려는 누군가가 가져간 것이고, 그의 지문 역시 커튼 트릭을 통해 반박될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블리스 박사는 치밀하게 계획된 빈약한 증거들을 일부러 보여주고 체포됨으로서 배심원들로부터 무죄 선고를 받아 일사부재리 원칙에 의거 완전 사면을 받는 한편, 카일을 제거하여 발굴 비용을 확보하고, 또한 아내에게 연심을 품고 있는 솔비터가 진범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품게 하는 일석 삼조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추리에 의한 것일 뿐, 증거는 하나도 없다,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수 없다, 이런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놓고 이를 밖에서 엿들은 충직한 하인 히스는 블리스 박사를 아누비스 상의 발목이 부러진 사고가 난 것 처럼 꾸며 살해한다. 그리고 번스는 자신이 구구절절 이야기 한 이유가 히스의 행동을 촉발하기 위함이었음을 굳이 부정하려 하지 않는다.
인물 묘사가 빈약하여 주인공 번스의 성격과 외모 등이 희미하다. 그리고 '난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지만 밝힐 수 없어' 하다가 희생이 늘어가게 만드는 부류의 탐정을 싫어하는데(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에 유독 불만스러운 점이 그것이다) 번스가 바로 그런 부류이다. 범인은 확실히 아는데 증거가 없어 직접 처단하는 것은 에거서 크리스티의 <커튼>의 결말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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