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미스 프랭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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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코스 마을에 어느날 이방인이 방문을 하고, 늙은 베르타는 카를로스라는 가명을 쓰는 이 이방인이 악마라고 확신한다.

이방인은 마을의 바에서 일하는 샹탈 프랭에게 하나의 제안을 한다. 프랭이 알고 있는 곳에 하나의 금괴를 묻어두고 탐이 나면 훔쳐갈 수 있도록 하는데, 만약 프랭이 금괴를 훔쳐간다면 그녀는 '도둑질 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기는 셈이 된다. 열개의 금괴는 이방인만이 알고 있는 곳에 묻되, 마을사람들이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긴다면 금괴를 마을 사람들에게 주겠다고 한다. 이 제안을 마을사람들에게 알릴 것인지 말 것인지는 프랭의 몫이지만, 만약 프랭이 알리지 않는다면 이방인은 마을사람들에게 금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프랭이 박탈했다고 밝힐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살해 대상은 프랭이 될 것이다.

이방인은 열한개의 금괴 모두를 가지고 떠나게 된다면 자신이 믿고자 하는 바가 거짓이라는 게 증명될 것이지만 원치 않은 답을 얻게 될 것이라고 한다. 반대로 금괴를 가지고 떠나지 못한다면 그의 삶은 좀 더 가벼워 질 것이라고 한다. 이방인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일까? 그는 무기제조업자로 내세울만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며 살았다. 하지만 어느날 아내와 딸이 납치되고 납치범들은 체포 직전에 둘을 살해한다. 둘을 살해하더라도 납치범들이 체포를 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악에 물든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프랭은 마을 사람들이 그런 제안에 무관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제안이 알려지자 마을사람들은 희생자를 찾기 위해 골몰한다. 그리고 마을사람들과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악을 체험하게 함으로서 신앙심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신부의 비뚤어진 선동을 마지막으로 늙은 베르타가 희생양이 된다. 하지만 살해 직전에 프랭이 금괴를 현금으로 바꿀 현실적인 방법이 없으며, 설혹 현금화를 감행한다 하더라도 대단히 위험한 일임을 상기시키자 마을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프랭은 이방인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범죄자 아합이 성 사뱅에게 감화받은 이유는 아합의 질문에 성인이 자신도 유혹에 흔들릴 것은 당연하지만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 즉 성인이나 아합이나 똑같은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작가 후기에서 파울로 코엘료는 <그리고 일곱번째 날......> 3부작,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1994)>,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1998)>, <악마와 미스 프랭(2000)> 을 마친다고 밝히며, 각각 사랑, 죽음, 부와 권력에 갑자기 직면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주일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왠지 싸구려 소설 냄새를 강하게 맡았었는데, <악마와 미스 프랭>을 읽고 그 확신은 더 강해졌다. 긍정의 힘을 다루는 소설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가 책을 팔기엔 그쪽 진영에 서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느낌을 받을 때, 더 그렇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2991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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