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멜리 노통브는 외교관이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베이징, 뉴욕, 방글라데시, 보르네오, 라오스 등지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소설은 22살의 벨기에인 아멜리가 유미모토(弓本)라는 일본회사에 취직하여 1년 동안 겪은 내용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며, 제목은 '과거 일본 황실의 의전(儀典)에, 천황을 알현할 때는 <두려움과 떨림>의 심정을 느껴야 한다는 규정'에서 따온 것이다. 일본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아멜리는 일본회사에서 통역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취직하여 사장인 하네다 , 부장인 오모치, 그리고 사이토와 모리 후부키(吹雪 : 눈보라)를 상사로 두고 있는 계선제 조직의 말단 사원이 된다.

처음 맡은 일은 골프접대에 응한다는 영문편지 쓰는 일이었는데 일본식 규범에 익숙치 못한 그녀의 편지는 상사의 비웃음만 산다. 다른 일이 주어지지 않자 우편물 배달하는 일을 하기로 했지만 그 일은 이미 하는 사람이 있어 달력의 날짜를 바꾸는 일에 만족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타인의 주목을 끈다는 이유로 상사의 꾸지람을 듣는다.

그녀에게 두번째로 주어진 일은 천여장의 인쇄물을 복사하는 일. 하지만 상사는 복사물의 중심이 어긋났다는 이유를 대며 다시 해오라는 지시만 반복한다. 그 즈음 타부서의 부장 덴시(天使 : 천사)가 벨기에와 관련된 보고서 작성을 그녀에게 제안하고, 드디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생겼음에 기뻐한 그녀는 최선을 다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하지만 보고서의 내용과는 상관 없이 계선제 조직의 위계를 어겼다는 이유로 아멜리와 덴시 모두가 상사로부터 모욕에 가까운 질책을 듣는다. 그리고 그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아멜리이고 그로 인해 조직의 위계가 흐트러졌음을 보고한 것은 다름아닌 후부키, 아멜리의 직속상관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경탄으 눈으로 바라보았고 직장 내에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로 여겼기에 아멜리는 대화를 통해 화해를 시도하지만, 후부키는 이를 항명으로 받아들이고 아멜리에게 출장명세서의 계산 작업을 맡긴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계산서의 작업을 끝내지 못하자 후부키는 아멜리를 지적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인간으로 취급한다. 어느날 상사로부터의 치욕스러운 호통에 울고있는 후부키를 화장실에서 위로하려던 아멜리의 행동 역시 후부키에게는 울고있는 모습을 봄으로서 치욕을 안겨준 행동으로 여겨져 결국 화장실 청소를 하는 직무로까지 떨어진다. 그리고 1년간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아멜리는 화장실청소 업무 외에는 아무일도 맡지 못한다.

 

1999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2003년 알랭 코르노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화제가 되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과연 출간되었을지 궁금해 일본 아마존을 검색해 보았는데 출간되지 않은 듯 하다. 소설의 도입부에서는 동양적인 가치에 대한 서양인의 왜곡된 시선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지만 계속 읽어나갈수록 작가는 그런 함정을 벗어나 조직과 체면, 위계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개인이 어떻게 말살되어 가는지, 그 결과 인간관계가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29327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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