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어느덧 일 주일 문학동네작가상 9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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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의 주인공 '나'와 서른일곱살의 유부녀 기연씨의 일주일간 이야기이나, 불륜에 초점을 맞춘 자극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대학교 앞에서 바를 운영하는 기연씨와 기연씨 남편의 관계는 아저씨가 생각하고 있는 것 만큼 순탄한 것은 아닌지 기연씨는 주인공 '나'를 사랑하고 있다. '나'와 기연씨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그 관계의 끝이 어떨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혼이라든가,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둘 사이에 등장하지 않는다.

작중 인물은 모두 소통에 장애를 안고 있다. '나'는 40살 차이가 나는 아버지와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없고, 기연씨 역시 아저씨와 파경에 이른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 듯 하다.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신호씨나 정신이 붕괴되어버린 기연씨의 오빠는 그러한 장애가 외형적으로 드러났을 뿐이지, '나'나 기연씨와 별다른 점이 없다.

어느날 시청 광장 앞에서 끊임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언가 말을 해대는 노숙자와 시위 때문에 민중가요를 틀어대는 시위자 간에 싸움이 벌어지고, 며칠 뒤 노숙자가 자살을 하는 것을 '나'는 목격한다. 신호씨는 다니던 일식집을 그만두고 제주도로 떠나고, '나'는 취한 상태에서 여행에서 돌아온 아저씨 앞에서 기연씨에게 한 야릇한 행동 때문에 바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일단의 무리들에게 린치를 당하는데 그들은 스피커를 앞세워 회개하라고 외치던 기독교인들로 보인다.

쉽게 읽히는 이유는 작위적이기 때문이다. 주제를 위해 이야기나 등장인물들이 동원되는 느낌이 크다. 소통의 문제를 이야기 하기 위해 파경에 이르른 부부관계, 아버지와 대화가 없는 아들, 귀가 들리지 않는 친구, 정신이 붕괴된 오빠, 누군가를 향해 일방적으로 말하는 노숙자와 시위대, 그리고 종교인. 너무나 딱딱 맞아 떨어진다. 노숙자가 자살하는 장면에서 이러한 작위의 느낌은 극에 달한다.

쿨하게 인생을 바라보지만 인간에 대한 따뜻함도 갖고 싶은 주인공이 곧 작가 자신이라는 느낌이 강하고 문체가 성긴 느낌이어서 습작의 느낌이 든다.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 식의 이미지 나열로 빠지지 않는 점과 불륜 상황이지만 불륜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진부하게 전개되지 않는 점은 맘에 든다.

제9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데 작가의 다른 작품이 검색되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써서 상을 받고 그 이상을 써나가지 못하는 많은 작가들 중 한명이었을까. 또 다른 작품을 내길 기대해본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284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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