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퇘지 - 양장본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여인이 향수 판매점에 지배인의 성적 희롱을 묵인한 후 취직에 성공 한다. 형편없는 보수이며 정식 사원도 아닌 주인공은 향수 판매 외에 매춘에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갈수록 살이올라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한 것도 잠깐, 곧 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찌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손님의 요구에 응하는 수준이었으나 곧 그녀 스스로가 성적 욕구를 참을 수 없게 되고 매춘을 즐기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어느날부터인가 자신이 돼지로 변하고 있음을 알게되지만 한동안은 사람들을 속여넘길 수가 있었다. 하지만 곧 교사인 남자친구 오노레에게 버림을 받는다. 위정자인 에드가의 정치선전에 이용당하기도 하지만 돼지로 변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동물과 같은 삶을 살게 된다. 우연히 자신이 일했던 향수제조업체의 사장인 이반과 만나게 되는데 이반 역시 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는 인물이다. 그들은 한달에 한번 사람들을 죽여 배를 채우며 행복한 한때를 보내지만 결국 꼬리를 잡혀 이반은 사살당하고 그녀는 어머니의 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TV에서 자신을 애타게 찾던 어머니는 돈을 목적으로 그랬던 것 뿐이며, 그녀에게 최저임금의 반을 제시하며 축사에서 일한다면 받아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결국 돼지로 변한 그녀를 도살업자가 차에 태우려 하는 순간 그녀는 사람으로 다시 변해 도살업자와 어머니를 총으로 쏴죽이고 숲으로 들어가 때로는 돼지로 때로는 인간으로 살아간다.

 

역자의 말에 의하면 원제는 로 직역하면 <자명한 이치>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 truie라는 단어가 암퇘지와 동음어라고 한다. 작가는 파리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문학 교수 자격 시험에 합격하여 현재 릴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교수로 상당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이다.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 좌파들에게서는 찬사를 우파들에게서는 비난을 받았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얼핏 읽었는데 솔직히 좌파들이 찬사를 보낼 내용은 아닌 듯 하다. 먼저 주인공은 자신이 비정규직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료를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 여겨 심한 짓을 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때로는 따뜻함을 느낀다. 이로인해 향수가게 지배인이나 위정자 에드가의 행동들이 참혹한 짓으로 보이기보단 주인공 스스로가 그런 행동을 자초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또 이반과 행복한 한 때를 보이는 동안 그들이 주된 먹잇감으로 삼은 사람들은 제3세계에서 프랑스에 와 피자배달을 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에게서 특별한 맛을 느낀다는 이반의 대사나, 외국에 머물며 사람들을 잡아먹는 대목에서는 중국인들이나 흑인들은 파리 사람들과는 달리 워낙 수가 많아 몇 사람 없어져도 그만이라는 주인공의 진술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소설에 과도한 상징을 부여하여 지배계급의 가혹한 착취로 인하여 사람들이 동물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처참한 현실을 그린 소설로 보는 것은 완전한 오류이다.

카프카의 <변신>을 약간 변형하여 몇몇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은유를 시도하긴 했으나 작가의 세계관에서 어떤 일관성을 찾아보긴 어려운 소설이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264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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