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식모들 -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박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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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는 백삼십킬로의 몸무게와 쥐에 대한 원시적인 공포를 가지고 있다. 집은 한때는 떵떵거리며 살았지만 이제는 몰락하여, 아버지는 하녀 시뮬레이션 게임에 빠져있고 형은 가출한 후 사이다를 마시며 돌아다닌다는 풍문이 있다. 천재 동생은 가족을 '버러지'라 부르며 한껏 경멸의 시선을 던지고 엄마는 시난고난하는 할아버지의 누드 그림 모델을 하는 등 한마디로 집안 전체가 정상에서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강남의 집을 어쩔 수 없이 팔고 강북으로 이사를 하는 와중에 우연히 발견한 수첩에서 수상한 식모에 관한 글을 접하고, 쥐를 두려워하게 된 것이 어렸을 적 식모 순애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친구 선재와 호스피스 아르바이트를 찾아나섰던 길에 나는 순애와 상면하게 되지만, 순애는 식모들의 역사를 글로 남겨선 안된다는 금기를 어긴 죄로 온 몸이 돌처럼 굳어져 가는 중에 있었다. 순애는 나에게 꿈을 갉아먹는 쥐를 귀 속에 집어넣어 수상한 식모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주면 전 재산을 주겠다는 거래를 제안하고 나는 응낙한다.

수상한 식모들의 역사는 단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백일을 참지 못한 호랑이의 후손이 호랑아낙이다. 호랑아낙은 역사의 여러시기 동안 품위 있는 복수를 행하며 전복을 꾀하는데 광해군, 동학혁명을 비롯하여 80년 5월의 광주까지 호랑아낙의 은밀한 복수의지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호랑아낙이 현재에는 수상한 식모들이라는 다소 리버럴한 집단으로 변모하였는데 예전과 같은 품위있는 복수가 아닌 유희에 가까운 개인적 복수의지로 변모된 것이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수상한 식모에 관한 기록 작업이 끝나자 순애가 공중에 메달아 두었던 식칼이 떨어져 순애는 죽고, 한동안 경찰 조사를 받던 나는 순애의 녹음테이프 덕에 누명을 벗는다. 그 후 수상한 식모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나에게 대학시절 동경했던 정아가 찾아오지만 정아는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논문에 넣을만한 그럴싸한 이야기만을 원할 뿐이다. 결국 나는 정아가 듣고싶어 하는 이야기를 지어내고, 결국은 파경에 이른다.

몇 년이 지나 늦긴 했지만 순애의 유산도 받게 되고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수상한 식모에 대해 얘기해 달라는 한 여자가 나타난다. 수상한 식모에 대한 얘기를 모두 해준 후 더 이상 그녀에게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 나는 그녀에게서 버림 받는다.

 

제11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이다. 기대를 많이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작가는 말미의 인터뷰에서 소설이 친구와 같고 어떤 소설이든지 공감하려했지 분석하려 하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나는 서른 중반이 넘으니 소설에 공감만 하려고 하긴 좀 힘든 것 같다. 일단 작가의 역사 인식의 가벼움이 거슬린다. 호랑아낙이 역사의 굵직굵직한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자리매김이 없다. 곰 역시 여성으로 태어났으니 호랑이를 여성으로 보고 남성성에 반기를 들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그러면 지배계급에 반기를 들었다고 해야할 듯 한데 개입한 사건들에 일관성이 없다. 광해군, 동학혁명, 5월 광주는 전복이라는 일관성은 있을 지언정 곰과 호랑이의 대비로 일관하기에는 서로 성격이 너무 다르다. 

문체는 가벼우니 재치와 입담이 가벼움을 대신해야 할 듯 한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소설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풍자와 해학의 기준을 들이대도 고개가 갸우뚱해지고, 참신함의 잣대로 보아도 호랑아낙의 발견에서 그치는 느낌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2603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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