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기 좋은 날 - 제136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아오야마 나나에 지음, 정유리 옮김 / 이레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 치즈는 교사인 엄마가 중국으로 간 것을 계기로 도쿄의 먼 친척인 깅코 할머니의 집에서 살게 된다. 대학에 가지 않고 프리터로 일하는 그녀에게는 요헤이라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서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이로 지내고 있다. 요헤이와 헤어질 것을 예감하지만 그것이 어떤 형태일지 궁금해하던 때에 요헤이가 바람을 피우고 둘은 헤어진다.

역에서 매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후 후지타에게 반해 사귀게 되고 그 무렵 깅코할머니도 호스케 할아버지와 연애를 한다. 할머니 집에서 셋이서 저녁을 먹기도 하는 등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날 새로운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나타나고 그 순간 치즈는 이별을 예감한다.

후지타가 떠나간 후 임시직으로 일하던 직장에서 정사원 제의를 받은 치즈는 사내 기숙사로 옮기면서 깅코할머니의 집을 떠난다.

 

제136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으로, 딱히 사건이라 할만한 것은 없고 일년간 깅코할머니 집에서의 생활과, 할머니 집을 떠난 후 전철을 타고 그곳을 지나가는 구성이다. 치즈는 아직 사회에 온전히 발을 내딛은 상태가 아닌 불안한 나이이고, 깅코 할머니는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이다. 그 둘이 한 공간에 살면서 천연덕스럽게 견제하고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치즈가 집을 떠나던 날 할머니는 눈물을 내비치고 치즈는 그런 할머니에게 "울지 마요"라는 말로 밖에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

관계를 맺게 되면 언젠가 관계가 끝날 것을 미리 예감이라도 하는 듯 그 사람의 사소한 물건을 훔쳐 보관하는 모습, 마음껏 화를 내고 싶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며 아슬아슬 균형을 잡는 모습들을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썩 훌륭하다.

곧 죽을것 처럼 울고 불고 감정의 과잉상태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소설로 옮겨 쓰는 걸 보면 유독 불쾌해지는 나이기에 담담하게 치즈와 깅코할머니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도 호감이 간다. 김애란의 소설과 비슷한 분위기도 느껴졌고, 아오야마 나나에의 다른 소설도 읽고 싶어졌다.

누군가 볼만한 소설책을 권해 달라고 하면 단연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과 이문구의 <우리동네>중 하나를 권해왔었는데, 앞으로는 아오야마 나나에의 <혼자 있기 좋은 날>이 추가될 것 같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25638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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