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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시 베이비
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정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2004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가 아무런 여과도 없이 자의식을 줄줄 써내려간 쓰레기 같은 글이다. 인간에 대한 통찰도, 글쓰기에 대한 진지함도, 소수자에 대한 어떠한 관심도 없는, 화장실 낙서에 살을 좀 붙여놓은 수준이라고 하면 될까.
세 명의 인물이 나온다.
주인공 아야는 22살의 호스티스로 단지 집세를 아끼기 위해 남자 대학동창인 호쿠토와 동거를 하고 있다. 둘 사이 성적인 관계는 없다. 어느날 나간 미팅 자리에서 도모코란 여자가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스스럼 없이 아야에게 밝히고, 화장실에서 아야는 자기도 알 수 없는 충동에 아야와 성적 관계를 먼저 제안한다. 어느날 호쿠토의 직장 동료인 무라노에게 반한 후 절망감에 자신의 허벅지에 과도를 꼽는 자해를 하고, 무라노에게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차라리 무라노가 자기를 죽여줬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호쿠토에게 닭과 토끼를 구해다 주고 처참하게 동물들을 죽인다.
호쿠토는 생후 6개월된 아이를 유괴하여 성적 도착을 일삼고, 나중에는 아야가 구해오는 닭, 토끼와 수간을 한다.
무라노는 32세의 이혼남으로 모든 것에 냉소적이며 아야의 성적 제안에도 오케이, 결혼하자는 제안에도 오케이 만사 오케이이지만 마음만은 열지 않는다.
먼저 레즈비언이 어떤의미에서 보자면 커밍아웃을 미팅자리에서 술먹다가 불쑥 꺼내는 것부터 말도 안되고, 한번도 그런 경험이 없는 아야가 화장실에서 먼저 제안을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과도로 자해를 한 후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얼굴을 적실 정도이지만 그 순간에도 생에 대한 일말의 관심도 없이 딴 생각을 해댄다. 유괴해온 것이 분명해 보이는 생후 6개월된 아이를 상대로 호쿠토가 더러운 짓을 하고 있는데도 차라리 죽여버리라고 말하고, 심지어는 동물을 구해다 주며 수간을 유도한다.
호쿠토라는 놈은 그저그런 성도착이라고 애써 넘어간다고 해도, 무라노는 32세의 이혼남이다. 이혼을 했다는 것은 온갖 번잡한 절차를 겪어보았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냉소적인 성격이라는 이유로 아야의 결혼 제안에 바로 좋다는 말이 나올까.
물론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은 있다. 섹스, 자해, 아동학대 및 유아성애, 동물학대 등 온갖 자극적이고 추잡한 행동들이 나오지만 그 이상의 것들을 등장 인물들이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새로울 것도 없는 자의식이 스스로 출산한 광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떤 절망에서 나온 것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야만 하더라도 제대로 된 연애를 한 적도 없고, 단지 취직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스티스로 일한다는 설정이다. 그런 그녀가 냉소적인 무라노와 사랑에 빠진 후 거절당할 것이 두려운 상황이 곧바로 자해와 죽음으로 이끌려 간다는 것은 도무지 억지스럽다.
역자 역시 이러한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다. 역자 정유리는 이러한 쓰레기 같은 글을 번역한 데 대하여 변명부터 늘어놓는다.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가네하라 히토미의 두번째 작품이라는 이유로 읽어보지도 않고 번역을 맡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몇번이고 책을 집어던지고 울었다고 한다. 불쾌감 거부감에 울었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등장인물들이 애처로와 울었다고 하는데, 유괴된 6개월된 갓난아이 때문에 울었다는 것이 좀 더 인간적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말미에 부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묘사에 눈을 잃지도, 눈을 돌리지도 말고, 처절하도록 고독하고 나약한 영혼의 절규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달라고 부탁한다. 6개월난 갓난아이를 집에 가둬두고 성적 대상으로 삼는 고독한 호쿠토, 닭의 목을 비틀어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집어넣고 토끼의 얼굴 껍질을 벗겨내고 귀를 뽑아내는 주인공 아야의 나약한 영혼의 절규.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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