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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산맥 1부 1
김용 / 새터 / 1992년 9월
평점 :
절판
학교 다닐때 한 여자 후배가 김용의 <영웅문>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무협지를 좋아할 타입이 아니었기 때문에 왠일인지 물어보니, 치과의사가 치통이 심해 괴로우면 읽어보라고 권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손에서 놓을 수가 없더라는 말을 했다.
그래? 하는 심정으로 나도 손을 댔다가 한동안을 폐인처럼 지냈다. 총 18권인데, 당시 돈이 없어서 책을 한권 한권 사다 보니 뒷얘기가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 뒤로도 두번인가 더 읽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난 곽정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1부가 가장 맘에 들었다. 사실 이런저런 싸움박질 얘기보다 얽히고 설킨 은원관계와 애정 구도가 너무 짜임새 있었고,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 이후 가장 몰입해서 보았던 소설이었다.
헌책방을 구경갔다가 <장백산맥> 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국내에 출간된 김용의 작품은 대부분 읽어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보는 제목의 책이 있어 너무나 반가와 사가지고 왔다.
일요일날 당직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진도가 잘 안나간다. 내가 그 사이 나이가 들어서일까, 재미도 없다. 아침에 당직을 위해 출근하면서 빨리 당직실에 처박혀 책 볼 생각에 가슴이 다 두근거렸었는데, 2권까지 읽으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아뿔싸!
이 책은 김용의 위작으로 상관정이라는 필명을 쓰는 삼형제(유조현,유조려,유조개)의 <장간행>이라는 작품이란다. 그렇다면 역자인 김찬연이란 주리를 틀어도 시원찮을 놈의 서문은 어찌된 걸까. 자신이 중국여행 중 서점을 방문했는데 김용 코너에서 가장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장백산맥>이라는 작품을 사서 여행기간 내내 읽고 결국 번역까지 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결국, 위작을 팔아먹자니 보통 책 말미에 넣는 역자 서문을 앞에다 넣어, 중국 현지 서점에 신간으로 나온 김용작품인 것처럼 사기를 칠 수 밖에 없었겠지. 92년도 발매이니 아직 살아있겠지? 역자 김찬연.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