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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 ㅣ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38
렉스 스타우트 지음, 황해선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작가 소개란에는 다음과 같은 거창한 말이 씌여 있다. "렉스 스타우트는...4살때 성경을 읽고, 10살때 고전 1천권을 독파했으며, 15살 때 시를 발표... 문학의 천재..." 그런 "문학의 천재" 께서 1934년 48세 되던 해에 추리소설을 발표했으니, 그저 문학의 천재로로만 남아줬으면 좋았을 걸 굳이 손수 책을 쓰시어 죽도 밥도 아닌 이따위 것을 읽고 내가 정말 분통이 터져서...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날 마리아 머페이란 여인이 자신의 오빠가 실종되었다며 네로 울프란 탐정을 찾아온다. 오빠의 이름은 카를로 머페이, 금속세공사로 일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책력 봐가며 밥먹는 처지에 빠진 오빠가 고향 이탈리아로 돌아가 귀농이라도 하겠다는 말을 한 게 엊그제인데, 동생에게 돈문제가 잘 해결될 것도 같고 어쩌고 하다가 사라진 것이다.
이에 140kg에 달하는 몸무게의 둔해 빠진 탐정 울프는 자신의 수족 역할을 하는 아치에게 머페이의 하숙집 가정부 안나 피오레를 데려오라고 하여 족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머페이가 신문 기사를 오려내었으며, 그 신문기사에는 저명한 대학총장인 피터 올리버 바스토란 인물이 골프를 치다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내용이 실려있음을 알게 된다. '약간의' 논리적 비약을 통해 카를로가 골프채에 '약간의' 장치를 하여 골프공을 치면 독침이 발사되도록 설계를 해주었고, 일의 전모를 알아차린 카를로가 모종의 인물에게 살해당했음을 알게 된다.
독에 의한 살인임을 알면서도 심장마비라고 진단한 의사가 용의선상에 올라 조사해보니, 의사는 범인이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총장 부인일거라 생각하고 거짓말을 한 것이었고, 골프채 가방이 없어진 것도 마찬가지의 우려로 딸이 저지른 짓이란 것을 알아낸다. 함께 골프를 친 아들도 딱히 아버지가 죽어서 이득 보는 것이 없다. 하여, 우연히 그날 함께 골프를 친 옆집 사는 E.D.킴벌과 아들인 매누엘 킴벌도 내친김에 조사해보았지만 얘네들도 별다른 혐의가 없어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만다.
그럼, 추리소설이니까 탐정이 추리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탐정은 당일 캐디를 했던 소년들을 모아다가 먹을 걸 주면서 그날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빠짐없이 얘기를 시켜 듣다 보니, 아니! 그날 우연히 E.D.킴벌의 골프채를 총장이 빌려서 친 일이 있다지 않는가! 그럼 실제 죽어줬어야 하는 사람은 E.D.킴벌이다. 그런데 탐정의 손발 노릇을 하는 아치는 어쩐지 첨부터 그 아들놈이 맘에 들지 않았었고, 게다가 이름도 마누엘이라는 남미계통과 킴벌이라는 영미계 이름의 혼합이라 왠지 범죄자 냄새가 난다. 이제는 마음껏 표적수사를 시작한다.
E.D.킴벌을 데려다가 얘기를 자꾸 시키다 보니 아들이 친아들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한편 가정부는 범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입을 꾹 다물고 청맹과니 행세를 하고 있다. 탐정이니까 이쯤해서 추리를 하려나 했더니 자신의 수하를 시켜 한바탕 강도짓을 벌여 안나가 받은 돈을 죄다 뺏어버려 안나로부터 입을 열게 만들려고 획책한다. 그런데, 얼씨구나, 입만 여는게 아니고 알고봤더니 안나라는 요 깜찍한 것이 초반에 나자빠진 카를로로부터 증거 일체를 봉투에 담긴채로 받아 보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증거 일체를 건네 받은 탐정이라는 이름의 조사관 네로 울프는, 140kg의 몸을 이끌고 법정에 증인으로 나가는 것이 싫은 나머지 계략을 꾸며 E.D.킴벌과 범인 매누엘 킴벌이 동반 자살을 하도록 유도하고, 울프와 아치는 한없이 유쾌해진다...그리고 책을 다 읽은 나는 기분이 나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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