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합
타지마 토시유키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952년 아버지의 절친한 옛 친구의 별장이 있는 롯코 산에 놀러가게 된 스스무는 그곳에서 카즈히코와 카오루를 사귀게 된다. 꾸밈없고 활달한 카오루를 사이에 두고 기지 넘치는 카즈히코와 배려심 많은 스스무는 달뜬 첫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카오루의 출생과 카오루 집안의 얘기, 그리고 두 남자아이의 부모 세대까지 거슬러 올라간 얘기를 통해 하나 하나 비밀이 드러난다.

 

액자 속 이야기를 시간순으로 배열하면 이렇다.

 

1935년 도쿄전등에 근무하는 테라모토와 호큐전철에 근무하는 아사기는 그룹의 회장인 코시바와 함께 독일 등 유럽 일대를 시찰하던 중 아이다 마치코라는 미지의 여성을 만난다. 웃지도 말하지도, 슬퍼하지도 놀라지도 않는 그녀이지만 눈빛만은 조용한 태도와 달리 야성미가 있어 세사람은 그녀의 묘한 매력에 빠진다. 시종 아이다 마치코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를 해주려 하나 그녀는 이를 달가와 하지 않는다. 그녀는 오직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정신을 쏟을 뿐이다. 이 여인이 기다리는 사람은 쿠라사와 기쿠오라는 부유한 인물로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지만 기쿠오가 변심하여 마치코를 유럽에 보낸 사이 몰래 결혼을 하고 만다.

일본으로 되돌아온 마치코는 우연히 아사기를 만나 전쟁 중 여성 기관사도 모집하는 걸 듣고 코시바 회장에게 부탁해 호큐전철의 기관사가 된다. 이런 그녀에게 히토미라는 여학생이 연정을 품는데 공교롭게도 히토미는 기쿠오의 여동생이다. 무언가 속셈이 있어 히토미에게 접근한 것으로 생각한 기쿠오는 마치코를 죽이려 하나 공습 와중에 오히려 마치코에게 살해 당하고 만다.

기쿠오가 밖에서 낳아온 여자아이가 카오루인데 생모도 죽은데다가 기쿠오마저 죽어 카오루는 계모의 손에 자라나게 된다. 계모는 전남편의 동생인 키요지와 불륜을 저지르고, 막내인 히토미는 선을 봐서 결혼을 하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아내를 잃은 아사기는 마치코와 재혼하고 마치코는 평온한 삶을 누리나 했으나, 많은 빚을 지고 있던 키요지가 형을 살해한 범인으로 마치코를 지목하며 돈을 요구하자 마치코는 키요지를 불러 살해하고 끝내 범인은 밝혀지지 않는다.

 

액자 속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인물은 아이다 마치코이다. 그녀의 이름은 소개장에 잠깐 언급되어 밝혀질 뿐 본인 입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마치코에 대한 얘기는 소설 전반에 걸쳐 이름과 성별을 혼란스럽게 하여 등장한다. '롯코의 여왕', '다리를 저는 고모부' 등 트릭을 사용하기도 하며 카즈히코의 어머니인 '마츠아줌마' 라는 명칭으로 힌트를 주기도 하나 독자는 끝내 알아차릴 수가 없다.

 

액자 속 얘기를 풀어나가는 구성과 트릭이 절묘하여 책은 재미있다. 하지만 카오루를 둘러싼 스스무와 카즈히코의 풋사랑 얘기 역시 주변적인 얘기로 그치지 않는 것은 각 인물의 형상화가 뛰어나고 사춘기 이전 아이들의 미묘한 심리를 잘 그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234988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