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목요일
존 스타인벡 지음, 박영원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스타인벡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의심스러운 싸움> 이다. 사과과수원 노동자들의 불만을 조직하여 싸움으로 발전시킨다는 책 내용에 구미가 동하여 동아리방에서 읽었던 것인데, 사실 내용에 매료되었던 것 보다는 스타인벡의 담담한 어조에 끌렸던 것 같다. 그리고 그가 그려내는 사람들의 갈등의 원인과 결과를 독자가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도록 어느 수준까지만 그려내는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 후로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 등을 읽으면서 스타인벡의 소설이 국내에 번역된 것이 무엇인지 목록을 만들어 놓고 아껴가며 읽었다.

청목출판사의 <불만의 겨울>을 읽을 때엔 진심으로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무슨 내용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여러차례 반복해서 읽는 동안 번역을 개판 오분전으로 해놓았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달콤한 목요일>은 2차 세계대전 이전에 발표된 <통조림공장마을>의 후속편 격으로 전후에 발표되었다. 통조림 공장 골목을 뜻하는 '캐너리 로'에 사는 다양한 인간상의 모습들을 그려내는데 기존의 스타인벡 소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환상과 상징이 교차하고 개개인의 의식의 흐름에도 꽤나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통조림공장마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생활방식으로 마을사람들의 애정을 받는 닥은 <달콤한 목요일>에서는 참전 이후 마을로 돌아와 혼란을 느낀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스스로 고민해보지만 단편적인 해결책 밖에 생각하지 못한다. 그런 그를 걱정하는 맥과 친구들은 항상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었던 닥을 도와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닥이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엉뚱한 해결책만을 제시한다.

'캐너리 로'에 흘러들어온 매춘부 수지는 그런 닥에게 매력을 느끼지만 자신의 처지가 닥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닥으로부터 거부당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닥을 비난하는 태도를 취한다. 포나는 그런 수지에게 '사람들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실 잘 모른다' 며 수지를 독려한다. 이에 용기를 내는 수지와 주변의 성화에 못이긴 닥은 데이트를 하고, 닥이 수지에게 외로움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자신의 삶과 연애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 지 모르는 닥은 수지를 밀어내기만 한다.

맥 패거리는 떠들석한 가장무도회를 열어 닥은 왕자 역할을, 수지는 백설공주 역할을 맡겨 약혼시키려하나 그들의 계획은 수지에게 상처만 주게되고 수지는 매춘부를 그만 두고 마을의 버려진 보일러에 들어가 스스로의 삶을 꾸려간다. 그러던 어느날 닥은 수지에게 추근대는 녀석과 싸움을 벌이고 난 다음에야 자신이 원하는 바를 깨닫게 되고 그런 닥을 용서한 수지는 채집여행을 떠난다.

마을을 이야기하는 소설은 재미가 있다. 이문구의 <우리동네>, 박영한의 <왕룽일가>, 양귀자의 <원미동사람들> 처럼 한 마을의 이야기를 그려낸 소설을 여러차례 반복해서 읽게 되는 이유는 나이를 먹으면서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이웃들의 행동과 태도를 다시 읽는 순간에 비로소 이해하기도 하고, 예전엔 전혀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없었던 얘기를 새로 읽을 때에 무릎을 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달콤한 목요일>을 언젠가 다시 읽게 될 때에, 누구의 얘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될지 기대가 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16546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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