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세다 1.5평 청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꽤 오래 대학을 다녔다. 1994년도에 입학해서 내리 10년을 다녔다. 수업을 들었던 기억은 거의 없다. 매일같이 동아리방에서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기타만 쳤다. 학점은 1학년때 0.0 과 선동열 방어율(0.88)을 기록하며 2차례 학사경고를 맞은 뒤로 1.70~1.75의 초저공비행을 해가며 제적만 면했다. 2004년도에 졸업한 뒤에도 6년간을 대학 부근을 떠나지 못하고 얼쩡거렸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취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나에게 '너는 이제 사회인이야' 하고 대학이 등을 떠밀며 졸업장을 내밀었다. 나는 너무 당혹스러웠다.

와세다 1.5평 청춘기는 내 대학 시절을 떠올리게 한 책이다. 주인공 다카노와 탐험부 동아리의 이시카와, 나리타 등은 하나 같이 제 멋대로 살아가는 청춘들이다. 자취방에 누워서 학교를 바라보면 마치 출석한 것 같은 뿌듯한 맘이 들어 좋다는 주인공 나리타는 동아리방에 출근하는 것으로 출석을 대신하던 내 학창시절을 떠오르게 했고, 환각 효과를 기대하고 마귀광대버섯과 선인장을 먹는 이시카와의 모습에서는 대학시절 비디오방에서 본 <너에게 나를 보낸다>를 떠오르게 했다.(영화 속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온다며 바나나 껍질을 말려 환각효과를 기대하고 먹는 장면이 나온다)

다카노가 노노무라의 자취방을 떠나게 된 이유는 취직을 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새로 사귄 여자친구와 좀 더 가까이 있고 싶어서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대학과 자취방이라는 품 속에서 마음껏 어린양을 부리며 사회인이 되길 미뤘던 자신을 깨닫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그는 노노무라를 향해 "많이 배우고 갑니다."라며 깊숙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취직을 하고 집을 사고 운전면허를 따고, 정말이지 대학시절에 내가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 베스트 3를 다 한 지금도 나는 묻는다. 나는 대학시절, 그리고 그 시절의 '방'에 작별인사를 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여전히 그 시절에 머물러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0622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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