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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슬픔 ㅣ 브레히트 선집 1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김광규 옮김 / 한마당 / 1999년 3월
평점 :
벽에다 못을 박지 말자.
저고리는 의자 위에 걸쳐 놓자.
무엇 때문에 나흘씩이나 머무를 준비를 하느냐?
너는 내일이면 돌아갈 것이다.
어린 나무에 물을 줄 필요도 없다.
나무는 또 무엇하러 심겠느냐?
그 나무가 한 계단의 높이도 자라기 전에
너는 즐겁게 여기를 떠날 것이다.
.......
브레히트의 <망명기간에 대한 단상>이라는 시의 일부이다. 나는 이 시를 지금껏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고 착각을 해왔다. 아마도 예전에 이 시집을 읽을 때에 이 시가 가장 인상에 깊게 남았던 것 같고, 그래서 그런 착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또 이사를 가야만 한다. 이삿짐을 부려 놓고, 그 짐을 다 풀기도 전에 다시 짐을 싸야만 하는 삶.
정리되지 못한 채로 피난민과 같이 잠드는 삶
그리고 집이 아닌 방들...
레마르크의 소설에 나오는 망명자와 같이 지긋지긋하게도 나는 옮겨다닌다.
동네라든지, 이웃이라든지, 가져보지 못한 것들.
이젠 또 어디로 흘러들지... 막막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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