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김형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김형경의 소설을 읽다보면 미우라 아야코의 말이 떠오른다.미우라 아야코의 소설에서 '책을 읽지 않으면 생각을 할 수 없다'는 문구를 읽고 고개를 끄덕인 기억이 나는데, 김형경의 책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판단과 선택을 해야만 한다. 때로는 마음 가는 대로, 때로는 마음을 다스리면서... 우리는 초등학교 때 살아가면서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되는 일들의 대부분을 배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신산하다. 삶은 '관계'에 기초하기 때문일 것이며, 그 '관계'를 이루는 우리의 '욕망'은 도덕을 거스르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외출>의 소재는 매우 자극적이다. 어느날 아내 수진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강원도의 한 병원을 달려간 인수는 수진에게 동승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인수는 수진이 출장을 갔던 것이 아니라 휴가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동승자 경호는 내연의 남자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경호의 아내 서영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남편의 부정을 알게 된다. 아침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김형경의 소설이 가볍지 않은 이유는, 상처받은 인수와 서영이 어떻게 상처를 치유해 나가야 하는지 관심을 갖고 그들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진지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간순간 선택을 하며 그들이 겪어야만 하는 인간적 고뇌에서, 작가 역시 고뇌하는 것이 보이기에 더욱 그렇다.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의문을 끊임 없이 하며 자주 책을 덮어야만 했다는 데에서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마크 트웨인은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은 당신으로 하여금 가장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라는 말을 했다. 김형경의 <외출>에 어울리는 말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0538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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