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크 사냥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촌놈들이 흔히 그러하듯, 나의 취미는 독서이다.

그래서 딱 두번 써본 이력서이지만, 취미란에 독서를 써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괴로웠다.

이력서 취미란에 써서는 안될 취미 넘버 원,투,쓰리가 독서,영화감상,음악감상이라는데 어찌된 노릇인지 나는 그 셋이 취미다.

게다가 이 셋을 써선 안된다면 컴퓨터 게임을 적어 넣어야 하는 실정이다 보니 취미란은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하여 한 때 등산을 써 넣어본 적이 있었는데 면접 보던 서기관분 취미가 하필 등산이라 좋아하는 산은 어디이며, 어떤 산이 기억에 남느냐고 집요하게 물으시는 바람에 꼴랑 두번 가본 지리산을 식은땀을 흘려 가며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뜬금없이 취미가 무엇인지 얘기한 것은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그런 이유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간석동 홈플러스에 딸린 영풍문고 최근 인기작 중 가장 두꺼웠던 책이 '화차' 였고, 시간 죽이기에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아 읽었었다. 신용불량자로 살아갈 수 없어 자기와 닮은 여자를 살해하고 그 사람의 신분으로 살아간다는 내용이었다.(얼마전 TV에서 군대에서 탈영후 형의 신분증으로 살아가다가 우연히 자기와 닮은 남자를 만나 형과 함께 살해한 후 그 사람 이름으로 살아가려 했다는 실화를 방영하는 형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있었다).

이번 '스나크 사냥'은 광주터미널에 딸린 영풍문고에서 집어들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작가 루이스 캐롤의 소설과 동명이길래 호기심으로 집어들었으나 얇았던 탓에 '시간 죽이기' 도 진득하게 하지 못하고 출퇴근 두번에 9,800원을 날렸다. 구조 자체는 짜임새 있으나, 인위적 장치가 너무나 많았고, 인위적 장치가 많았을 바에야 본격추리소설로 갔다면 어땠을까 했지만 범인을 찾는 소설은 아니었다. 하룻밤 동안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지난달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과 비슷했지만, 긴장감은 추리소설 작가가 쓴 스나크 사냥이 오히려 더 떨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리고 말미의 역자 해설을 통해 작가가 '여자' 인 것을 알았다.

 

나는 왜 여성작가의 작품을 싫어하는가!

상당히 위험한 태도가 아닌가. 자칫하면 가부장적이라는 고전적 비판으로부터 시작하여 각종 의혹의 눈초리를 살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명을 하자면 여성작가(이렇게 밖에 구분을 할 수가 없다. 어느선까지는 편견도 작용하고 있기에)의 소설은 대게 선이 가늘다고 할까...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면을 구구절절 얘기하고 있다고 할까.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이전의 신경숙이나, 누군가에게 책 선물할 때면 망설임 없이 집어드는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은 끝내주는 작품들이다.

그렇다면 결국 여성작가를 싫어하는 건 편견일 뿐인가...

 

http://blog.naver.com/rainsky94/8004770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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