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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였다 ㅣ 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반타 / 2026년 6월
평점 :
개업 변호사 김무일은 진실을 찾기보단 의뢰인을 찾는데 골몰한다. 최근엔 아예 불법파일 공유 카페를 뒤져 저작관 소송을 기획하는 단계에 이르렀는데, 벌이는 쏠쏠했고 성정에도 맞았다.
그런데 함께 호흡을 맞춰온 변사무장이 '쪽팔린 사건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며 사직서를 들이민다. 형사사건을 맡아 해보자는 그의 말에 김무일은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사무장을 새로 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 김무일은 어쩔 수 없이 응낙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변사무장이 형사사건 의뢰인이랍시고 데려온 사람이 다름 아닌 건물주 권순향이었다.
권순향은 7년 전 302호에서 사망한 세입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느날 부터 월세를 밀리더니 연락을 받지 않았다. 화가 난 권순향이 방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자 임의로 문을 따고 들어갔다. 그런데 어디 숨어 있었는지 세입자가 나타나 권순향에게 밑도 끝도 없이 달려 들었다. 엎치락 뒤치락 하던 끝에 정신을 차린 권순향은 자신이 드라이기줄로 세입자의 목을 감아 죽이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식은땀을 흘리며 당황하고 있는 그 때, 권순향 앞에 시커먼 차림의 사내가 나타났다. 사내는 권순향에게 처벌받고 싶지 않다면 당장 여기서 나가 모든 것을 잊으라 했다.
얼마 뒤 302호 세입자에 관한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경찰은 302호 세입자가 성적 판타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기 목을 조르는 형태로 자위행위를 하다 죽었고, PC에서 다량의 부적절한 동영상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권순향은 사건 이야기를 마치더니 자수하고 싶다 했다. 김무일은 다음 날 경찰서에 출두하자고 말한 뒤 의뢰인을 돌려보냈다. 그리고 고등학교 동창 신여주에게 연락했다.
현직 형사에 각종 무술 유단자이며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신여주 역시 김무일과 같은 건물에 세들어 살고 있었다. 김무일은 신여주에게 사랑의 주파수를 발신하고 있었지만 신여주는 이를 불법주파수 쯤으로 취급하고 있기에 둘의 전화통화는 매끄럽지 못했다. 언제나 김무일의 느물거림과 신여주의 분노폭발로 끝이 나곤 하는 식이었다.
어찌됐든 이번 건은 명백히 살인범의 자수라는 공적 업무가 개입되어 있으므로 신여주도 어쩔 수 없이 김무일의 청에 따라 포장마차에서 한 잔 하며 사건 내용을 들었다. 그리고 함께 오피스텔로 돌아오는 데 사고가 일어났다. 권순향이 5층 자택에서 투신하여 자살한 것이다. 김무일은 권순향이 투신하기 직전 모습을 보았고, 그가 자의로 떨어진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7년이나 지난 살인사건을 파렴치한 성도착자의 사고사로 위장한 사람은 누구이고, 그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권순향을 살해한 사람은 누구인가? 무엇보다도 7년 전 사망한 그 사람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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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국가정보원과 국방부가 여론을 조작했다. 대통령 지시하에 대통령 직속 국가기관인 국정원, 국군, 국군사이버사령부, 국군기무사령부, 경찰청이 한통속이 되어 저지른 사건으로 국기문란 및 공권력 남용 사건 중 으뜸이다.
특히 국가정보원은 민간인 사찰과도 연관이 있었다.
2015년 7월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 도입과 민간인 사찰의혹 핵심 실무자인 국정원 직원이 용인 야산에서 빨간색 마티즈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사건은 자살로 처리되었지만 유가족은 타살을 주장하며 재수사를 요구했다.
<내가 죽였다>에서 7년 전 사망한 302호 세입자는 국정원 공작원이었다.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내부고발을 준비하고 있었고, 국정원 요원의 습격을 두려워했다. 그런데 그 즈음 권순향이 문을 따고 들어오자 국정원 요원이 찾아온 것으로 오인하여 그를 공격하다 오히려 사망한 것이다.
이후 사고 현장을 수습한 자들이 진짜 국정원 요원이었다. 국정원은 유가족이 사망 사고에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고인을 파렴치 범으로 몰아 사고사로 처리한다.
김무일과 신여주는 권순향이 자수를 결심하고 변호사와 상담한 날 밤 자살할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도 국정원 끄나풀이 있어 암약하고 있어 이들의 조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벽에 가로막히곤 한다.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은 그 양태와 피해 범위가 엄청난 사건이었음에도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대표적인 국가범죄이다. 이 사건을 베이스에 깔고 매사 덤벙대지만 속 깊은 김무일과, 그런 김무일 담당 일진 신여주를 적당히 배치한 <내가 죽였다>는 구성과 전개가 영화로 제작해도 괜찮겠다 싶은 느낌이 든다.
<홍학의 자리>의 안일한 복선과 수수께끼 풀이, <아이가 없는 집> 같은 졸작 추천으로 작가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안 좋았는데 <내가 죽였다>는 앞 선 두 번의 실점을 조금 만회하는 작품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460907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