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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살인법
저우둥 지음, 이연희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중화3로 교차로 근처 벙벙룽 전자오락실에서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가 끔찍하게 난자당해 살해 당한다. 범인은 범행 직후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지만 CCTV에 그 모습이 찍혀 있어 경찰은 어렵지 않게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 이름 천원칭, 올해 나이 30세였다.
천원칭은 도주를 이어갈 생각은 없었는지 PC방에서 태연히 만화를 보다 체포된다.
경찰 심문에서 왜 어린아이를 죽였느냐는 질문에 천원칭은 '별거 없다, 감옥에 평생 갇혀 공짜 콩밥을 먹고 싶었다' 따위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했다. 일자리도 없고 빌린 돈도 갚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그는 '두 세 사람은 죽여야 무기징역이 나올 것 같았는데 한 명 밖에 못 죽였다, 아이는 저항할 힘이 없어 죽였고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변호사 위윈즈는 애인 리팡을 묻지마 범죄로 잃은 뒤 변호사 일도 잘 되지 않아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그런 위윈즈에게 심리상담사 중완칭이 천원칭의 변호를 맡아 달라고 찾아왔다. 위윈즈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묻지마 살인 피해자에게 묻지마 살인 가해자 변호를 해달라는 것이 제 정신으로 할 수 있는 말인가.
위윈즈의 애인 리팡은 몇 년 전 기차역에서 떠밀려 죽었는데, 범인은 '그저 살면서 좋은 일이 한번도 없어 불만과 화가 쌓여 한 두사람 죽여 화풀이 하고 싶었다'면서 '피해자는 누가 되든 상관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얼마 후 구치소에서 자살했다.
중완칭은 위윈즈에게 묻지마 살인의 이유를 끝내 알아내지 못한 채 범인을 사형장으로 보내는것 만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묻지마 살인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를 파헤치고, 범인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면 치료 후 참회시켜야 한다고 설득했다.
위윈즈는 리팡을 죽인 범인이 구치소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느꼈던 분노를 떠올리며 고뇌하다 결국 천원칭 변호를 맡기로 한다. 그리고 위윈즈에게 비난과 경멸의 시선이 날아든다.
살인범을 당장 사형에 처해 피해자의 원통함을 풀어줘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항변에, 위윈즈는 변변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묻지마 살인의 이면에 어떤 심리상태가 있는지, 사회적 차원의 문제는 없는지 알아내지 못한다면 리팡을 온전히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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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저우둥은 대만 작가로 가오슝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 등단작 <진화의 시작>이 제14회 타이완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여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했다.
자기조직화 임계성으로 번역되는 self-organized criticality는 리팡이 위윈즈에게 설명해주던 이론이다. 한 시스템이 자기조직의 임계점에 달하게 되면 아주 사소한 사건도 전체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원뿔형 모래 더미에 모래알을 떨어뜨려 쌓다보면 언젠간 무너지는데 무너지기 직전의 시점이 바로 임계점이다. 모래알이 아래로 떨어질 때 충돌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그 에너지가 모래 더미의 모래알 하 알 한 알에 전달돼서 연쇄적인 에너지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저우둥은 이 이론을 사람과 사회에 투영시켜 어떤 사람이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교육의 수혜를 입지 못하며, 생계수단도 일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소한의 안전망도 없이 사회에 내동댕이 쳐진다면 결국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초반의 문제제기와 전개는 나름 흥미진진한데 후반부에 '악의 무리'가 사회적·정신적 한계에 달한 사람들을 찾아내 자신들이 정의한 '사회쓰레기'를 살해하도록 세뇌한다는 다소 황당한 결말은 아쉽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453808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