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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평점 :
내가 지금의 직업을 가지게 된 것은 장정일의 독서일기 때문이었다. 장정일은 자신의 꿈이 '무엇무엇'이 되어 5시에 퇴근한 뒤 딱딱한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 것이었노라고 그 책에 적고 있다.
내가 막상 장정일의 못 다한 꿈을 이루려고 그 직업을 가져보니, 장정일은 아무것도 모르는 빙충이였다. 업무는 5시에 끝나지 않았고, 잘리지 않는다 뿐이지 스트레스가 심했으며, 주거 역시 불안정했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했다.
하지 말라는 것은 무수히 많았고, 전쟁이 나면 어디로 가서 무엇무엇을 하라는 것까지 카드로 적어 속박했고, 월급은 겨우 먹고 살만큼 줬다.
그러다보니 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업무가 바뀌기를, 진급을 해서 직급이 올라가기를, 다른 곳으로 발령 받기를 바라며 유예된 시간을 견디곤 한다. 그리고 기다리던 진급이, 보직 변경이, 전보 발령이 이뤄지면 다시 다음번 진급을, 다음번 보직 변경을, 다음번 발령을 기다리며 괴로운 시간을 견딘다.
그렇게 한 20년 뺑뺑이를 돌면 얼추 남은 직장생활을 어떻게 보내게 될지 거지반 결정이 되는데, 문득 허탈한 생각이 든다. 다음번 진급을, 발령을 위해 현재를 견디다 보니 가장 중요한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서 참고 견딘 그 시간이 사실은 가장 가치 있고 귀한 시간이었음을 뒤늦게 알게되는 아이러니.
정유정이 악을 다루는 방식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주인공과 함께 저 밑바닥으로 함께 떠밀려 가며 광적으로 휘갈겨대는 묘사는 사뭇 빼어난 데가 있어 몰입감 측면에서 더할 나위 없지만, 다시 현실로 빠져나오는 데 서툴기 때문이다. 때로 인물들에 휘둘려 허우적 대거나, 출발점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어정쩡한 지점에서 힘이 달려 마무리 짓는 듯한 느낌을 종종 받았다.
그런데 <완전한 행복>에서는 그런 느낌이 없다. 고유정이라는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하여 쓰여졌기 때문에 이미 출발점이 명확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작가의 호흡과 내공이 강해진건지 잘 모르겠다.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저 문장을 읽노라니 매번 현실을 부정하며 다음번 이벤트까지만 어떻게든 참고 버티자는 식으로 직장 생활을 해온 내 과거가 오버랩 된다. 완전한 행복이 어디있겠는가. 그저 다음 진급, 다음 발령만 바라보며 달려온 내 직장생활도 어찌 보면 저놈의 '완전한 행복' 신기루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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