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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토익 만점 수기 -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심재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토익 점수가 겨우 500점대에 불과한 '나'는 취업 전선에서 일패도지하여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호스텔에서 아무나 붙잡고 막무가내로 회화 연습을 시도하던 '나'는 제임스라는 수상쩍은 인물을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사소한 부탁을 받게 된다. 이곳에 있는 물건을 저곳으로 옮기는 일.
문제는 그 물건이 마리화나라는 데 있었는데, '나'에게 있어 토익점수와 연관된 것이 아니라면 선악을 판별할 의욕조차 불러일으키지 않았기에 선선히 승낙한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바나나 농장. 이곳의 주인은 스티브였는데 바나나는 사실 카나비스 사티바, 즉 대마초 재배를 감추기 위한 위장에 불과했다. 그는 아침부터 케첩통을 개조한 물담배통으로 대마초를 피워댔고, 이를 명상의 한 방편이라고 우겨댔다.
그리고 그에게는 요코라는 이름의, '아폴로 13호'를 믿는 괴짜 아내가 있었다. 그녀는 세상 만사가 일루미나티의 사악한 의도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또 세계는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있다고 믿었기에 지하 벙커에서 보호복을 입고 생활했다. 그런 그녀를 스티브는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둘 사이는 소원한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요코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의 아버지 역시 '이주일을 닮은 예수'를 믿는 특이한 종교에 심취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주일'이나, '아폴로 13호'나 인 것이다. 게다가 요코는 한국말을 무척 배우고 싶어했다. 그래서 '나'는 요코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주고, 스티브와 요코로부터 영어를 배웠다.
그런데 토익 990점을 달성할 절호의 찬스가 한류 영향으로 좌초될 위기에 처한다. 요코와 스티브가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부터 덜 싸우고 더 친밀해진 것이다. 둘은 바나나 농장에서 아예 한국말만 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이웃 바나나 농장으로 토익 실력을 높이기 위해 이직한다. 그런데 이곳 부부가 알고보니 토익 리스닝 문제를 내는 성우들이었다. 게다가 지하창고에는 기출문제까지 있었다. '나'는 옳타꾸나 하고 토익 실력 향상의 기회로 삼아 주야를 가리지 않고 그들과 대화하고 문제를 베껴댔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바나나를 따다 실수로 농장주의 푸들을 낫으로 절단 내 황천길로 보내는 사고가 일어난다. 나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푸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냈고, 농장주는 경찰을 불렀다. 이 과정에서 스티브가 대마초 키우는 게 들통났고, '나'는 요코를 보고 놀란 경찰이 발포한 총에 맞아 한쪽 눈을 잃고 만다.
경찰서장과 적당한 선에서 합의(의안+스티브의 방면)한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토익시험을 치른다. 결과는 990점 만점.
야심차게 지원한 종합상사의 압박 면접에서 면접관이 '아프리카 반군에게 잡히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나'는 '기꺼이 인질이 된다', '그들의 말을 배운다' 따위, 얼마 전 호주에서 겪었던 경험에 기반한 답을 내놓는다.
'이주일을 믿는 아버지'는 한국어 강사 자격으로 스티브와 요코의 바나나 농장으로 간다. 아버지와 요코는 죽이 잘 맞아 모녀처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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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주제의식을 잘 나타내 주는 문장 하나.
"도대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그 나라 국민이 되는 거야?"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이다. 같은 문학상 수상작이라도 수준이 천차 만별이거나, 결이 매우 다르거나 한 경우가 있다. 초기 <오늘의 작가상>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었다. 그러다 차츰 작품의 질이 예전과 같지 못해지더니 <철수 사용 설명서>라는 기괴한 작품에 이르면 심사자 이름을 한 명 한 명 찬찬히 살펴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은 그야말로 1억원 고료가 합당하게 돌아갔다는 생각이 드는 멋진 작품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이다. 2회 <트렁크>는 나쁘진 않지만 1회 수상작에 필적 할만 한 수준이나 결이 아니다. 그리고 3회인 <나의 토익 만점 수기>를 보면 역시 재기발랄한 문체나 문제의식이 나쁜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문학성 측면에서 수작으로 꼽아주기엔 뭔가 아쉽다.
7월 22일부터 25일까지 마츠야마 여행 중 읽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36092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