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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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학 등산 동아리 모임에서 인연을 맺은 7명이 오랜만에 다시 모였다. 이들은 유야라는 회원의 제의에 따라 나가노현 산 속에 있는 미스터리한 지하 건축물에 들어가게 된다. 맨홀 뚜껑 같은 덮개를 열고 들어가니 지하 3층으로 이루어진 그곳에는 발전기와 가스가 갖춰져 있었고 물도 사용 가능했다. 그리고 스쿠버다이빙 장비와 산소통 각 2세트도 있었다.

그곳은 어쩐지 70년대 과격파의 아지트나 종교 단체의 비밀 건물 같았다.

버섯을 따러 왔다 길을 잃은 야자키네 가족도 합류하면서 총 10명이 그 건물에서 잠을 자게 된다. 그런데 그날 밤 지진이 일어나 출입구쪽이 바위로 막혀 버린다. 게다가 지하 3층에 차있던 물이 차츰 불어나면서 며칠 내로 탈출하지 못하면 모두 수장될 처지가 된다.

유일한 탈출방법은 출입구쪽을 막고 있는 바위를 지하 2층으로 떨어뜨려 출구를 여는 것. 하지만 그러려면 바위를 묶고 있는 쇠사슬을 잡아당겨야 하는데 닻감개를 돌린 사람은 지하에 갇히고 만다. 과연 누가 희생되어야 하는가.

완벽히 밀폐된 공간에서 지하 건축물에 들어가자고 최초로 제안했던 유야가 살해 당한다. 그 다음으로 요가 교실 직원 사야카가 목이 잘려 살해 당하고, 마지막으로 야자키 가족의 가장이 죽는다. 살인범이 잡히면 그가 닻감개를 돌리게 되리라는 암묵적인 동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일행은 필사의 추리를 해나간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mysterystory&no=23240 지하건물 지도

범인은 마이로 밝혀진다. 마이는 살인이 일어나고 범인이 밝혀지면 그가 희생자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유야를 죽인 뒤 남편 류헤이에게 누명을 씌우려 했다. 사이가 안 좋았던 남편을 희생자로 만든 뒤에는 화자인 슈헤이와 미래를 함께 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야카가 자신이 범행에 사용한 끈을 찍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빼앗으려고 그녀도 죽였다. 하지만 하필 사야카가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직후라 회수하지 못한 마이는 누군가 사야카의 스마트폰을 발견하고 안면 인식으로 잠금 해제할 것을 우려하여 목을 잘라 버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야자키는 범인이 범행에 사용된 칼을 되찾으러 올 때 잡으려고 잠복하고 있다가 도리어 당한 것이다.

마이의 남편 류헤이는 끝까지 그럴리 없다고 현실을 부정했고, 화자인 슈이치는 마이와의 연애감정에 잠시 흔들린다. 만약 마이와 함께 남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고민하던 슈이치는 상념을 떨치고 그녀가 닻감개를 돌리도록 내버려두고 떠난다. 그리고 바위가 2층으로 떨어진 직후 마이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통에 슈이치는 경악하고 만다.

클로즈드서클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이야 말로 본격 미스터리 소설의 본령에 닿아 있는 상황 아닌가 싶다. 눈 덮인 설원 산장에서의 살인이나, 폭우로 다리가 끊긴 별장에서의 살인 등등. 어렸을 적에 그런 미스터리 소설 도입부만 읽어도 도파민이 분출되어 흥분 상태에 빠져 들었던 기억이 난다.

2019년에 <교수상회>로 데뷔한 유키 하루오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부모 밑에서 자라 고등학교를 중퇴했다고 한다. 현대보다는 과거, 사회파 보다는 본격물에 경도된 이유가 어렴풋이 짐작된다.

마이는 지진 직후 막혀버린 곳이 자기들이 들어왔던 출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빠져나갈 곳은 지하 3층을 관통해 가야 하는 비상구뿐. 스킨스쿠버 장비는 2개 뿐이었으므로 마이는 CCTV를 뒤바꿔 출구가 열려있다고 속인 뒤 살인을 시작한다. 유야를 살해한 동기는 당초 추리와 유사했지만 사야카를 죽인 이유는 그녀가 입구와 출구가 찍힌 사진을 가지고 있어서 뒤바뀐 CCTV가 들통날까 두려워서였다. 슈이치가 만약 마이와 남기로 결정했다면 그는 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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