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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 - 제18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홍희정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평점 :
주인공 이레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할머니와 둘이 산다. 올해 초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직은 못했다. 백군데 쯤 서류를 넣었지만 모두 떨어졌다. 그래서 지금은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율이 주변을 맴돌고 있다.
율이는 대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다. 율이는 키가 크고, 여자애들에게 인기도 많다. 그림을 전공했지만 카프카를 좋아하고 소설을 쓰고 싶어한다.
율이는 오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는데 6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친척 집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율이는 엄마의 사랑을 갈구했다. 그런데 요새 엄마는 주변에 들어선 대형마트 입점 반대 운동을 다닌다. 그래서 율이가 개미슈퍼를 지키는 중이다.
그런 율이를 이레가 바라만 보는 이유가 있다. 율이는 키가 크고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다. 율이는 여자애들과 금방 사랑에 빠졌다가 금방 헤어졌다. 이레는 율이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자기도 다른 여자애들과 같은 처지가 될까 무서웠다.
어느 날, 할머니가 암에 걸렸다고 무심히 말한다. 이레는 할머니의 병이 깊어지기 전에 돈을 벌어 할머니를 위해 맛있는 것들을 사주고 싶었다. 그래서 취직한 곳이 <들어주는 사람> 사이트였다. 사십대 중반에 2미터 가까운 장신의 남성훈이 그곳 사장이었는데, 그는 젊은 시절 방에 틀어박혔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 자신을 살뜰히 챙겨주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메시지를 매번 외면했다고 한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자살했다. 남성훈은 그때의 일을 후회하며 <들어주는 사람> 사이트를 개설하고 전화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다.
이레는 그곳에서 이런 저런 사람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모두들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외로운 사람들이었다.
어느 날, 율이가 엄마와 여행 갈 돈을 번다며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그런데 그곳이 하필 대형마트 점원이었다. 율이는 거기서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고, 이레에게 그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주고, 돈을 벌었다. 그러다 엄마에게 대형마트 조끼 입은 모습을 들켰다.
율이는 사춘기 소년처럼 집을 나갔다. 얼마 뒤 율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율이는 전국 영세 슈퍼를 돌아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 소설을 쓰겠다고 했다.
이레는 자기가 율이 있는 곳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하는 여행이 될 터였다.
- 참으로 오랜만이었지.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고 편안하게... 얘기를 한 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 이렇게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감하고 오해하고 다시 화해를 하고 싶다고. 무엇보다 그녀의 웃는 얼굴이 좋았어. 초승달을 떠올리게 하는 웃음이랄까. 구름이 스르르 비켜나면서 살며시 드러나듯 애틋하게 빛나는 미소 말이야. 그래서 얘기했지.
- 뭐라고요?
-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달라고.
- 정말이지 적절한 부탁을 했네요.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 시간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좋아하면 없던 시간도 생기겠지. 그러니 저 문장은 시간을 내서 나를 좋아해 달라는 말이 아니다. 나를 좋아하니까 시간이 있는 사람이 되어 달라는 말이다.
얼핏 아오야마 나나에의 <혼자 있기 좋은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아직 나이 들지 않은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아슬아슬한 긴장들. 젊은 시절의 한 때가 스치듯 떠오른다. 잠시 책을 덮고, 옛날 생각들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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