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맨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은 잭슨 폴록의 작품 제목을 차용한 열 여덟 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의 그림 안에 내재된 폭력과 악의의 에너지는 '흩뿌림'으로 잠재워져 작품으로 재탄생 했을 것이다.

​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을 포기하고 부사관학교를 나온 뒤 보험영업 전선에 뛰어든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회식이 있었고 그는 만취했다. 만취한 그는 입과 항문으로 토사물과 변을 쏟아내고 기절하고 만다. 바지를 끌어 내린 채 대형 빌딩 앞에 널부러진 그의 모습을 누군가 찍어 인터넷에 올렸고, 누리꾼들은 수사망을 좁혀갔다. 마침내 그의 졸업 앨범 사진이 돌기 시작한다. 그는 가족으로부터 외면받은 뒤 끝내 사라졌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대한민국에서 이마에 두 개의 탄환이 뚫고 들어간 시체가 속속 발견된다. 그 시체에 대해 유의미한 해석을 내놓는 사이트가 생겨났는데 운영자는 스스로를 저스티스맨이라고 했다.

저스티스맨은 '오물충'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그 '오물충'을 사회적으로 인격 살인한 동창, 기자 들이 이마에 두 개의 탄환을 맞은 채 사망한 피해자들이라 했다.

저스티스맨의 해석이 점점 현실과 맞아 떨어지자 그는 강력한 권력을 획득한다. 100만에 육박하는 회원이 모여 들었고, 회원들은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을 신탁이나 되는 듯 기다렸다.

그 후로도 회원을 교묘하게 매장시킨 인터넷 카페 운영자, 원조교제 후 동영상을 유포한 학교 교사 등이 차례로 사망자 명단의 꼬리에 따라 붙었다. 누군가는 혹시 저스티스맨이 연쇄살인범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은 시민들로부터 온갖 비아냥과 조롱을 당했고, 저스티스맨의 입에서 나오는 말 만이 유일하게 현실과 부합했다.

하지만, 어느 날 새로운 피해자 명단이 발표되고 사람들은 경악하고 만다. 이번 피해자는 바로 저스티스맨이었던 것이다.

​

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작가는 상당한 달변인데, 이 달변이 오랜 훈련을 통해 정제된 그것이 아니라 되는 대로 주워 섬기는 식이다. 해득이 어려울 정도의 고급 단어는 또 없어서 복문과 장문이 술술 읽히기는 하는데, 다시 읽어 보면 별 내용이 없거나 어딘가 살짝 틀린 말들이다.

​

중국 아이들을 생각해보면, 워낙 기상천외한 범죄들이 봇물 넘치듯 넘쳐나니까 위폐 따윈 등수에도 못 든다는 얘기에요. .. 여하튼 간에 사정이 그러니까 뒷돈 받고 밀수품 눈감아주는 건 애들이 기저귀 차고 돌아다니는 것만큼이나 흔한 일이라는 게 모르긴 몰라도 맞는 얘기일 거라는 거죠, 제 말은.

​

얼핏 읽으면 그냥 쑥 지나가지만, 가만 있어봐... 봇물 넘치다? 봇물 터지다? 라던가 '애들이 기저귀 차고 돌아다니는 것만큼이나 흔한 일'이라...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비유들이 꽤 많다.

​

이런 식으로 만연체와 복문으로 구성된 문장과 그다지 공을 들여 생각해낸 것 같지 않은 비유들은 시종 일관 계속되는데 플로베르가 보았다면 다소 언짢았을 지도 모르겠다.

​

반전을 예비하는 단계도 미숙한데, 굳이 팬션의 젊은 여주인을 '그'라고 반복적으로 지칭해서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데, '오물충'이 여자라는 것을 숨기기 위한 어색한 장치였다.

​

그리고 장르소설 마니아로서 그쪽 설정 역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은 이마에 뚫린 두 개의 탄흔이다. 권총을 이마에 쏴서 맞추는 것도 어렵지만 맞는 순간 피격자는 멀리 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두 개의 탄환을 만들려면 뭉그러져 뇌수가 터져버린 머리를 다시 벽이든 어디든 잘 고정 시킨 뒤 다시 발사 해야 하는데, 작가는 이런 부분을 몰랐던 것 같다.

그것 말고도 경찰관 직무집행법 따윈 개나 줘버리고 지나가는 사람들 소지품 검사를 하는 대목이나(이는 90년대 후반에도 불가능했었다), 경찰 총기 전수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대목 등은 충분한 취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짐작으로 쓴 것 같아 아쉽다.

​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3310664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