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1988년 9월 2일 금요일, 시마다 앞으로 책 한 권이 배달된다. 작자는 시시도 가도미, 제목은 <미로관의 살인>.

작자는 '미로관의 살인사건'의 충격적인 진상이 이 책에 담겨 있는 바, 자신은 1987년 4월 실제 그 사건을 목격한 관계자 중 1인이라고 하였다. 작품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야가키 요타로는 일본 추리소설계의 원로로 1987년 4월1일 소설가와 편집자, 비평가 등 8명을 자신의 별장 '미로관'에 초대한다. 미로관은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괴상한 건축가가 지은 집으로, 방과 방 사이가 미로로 되어 있는 기묘한 집이었다.

초대된 8명은 미야가키 요타로가 발굴한 신인 소설가 기요무라 준이치(30), 스자키 쇼스케(41), 후나오카 마도카(30), 하야시 히로야(27), 그리고 평론가 사메지마 도모오(38), 편집자인 우타야마 히데유키(40)와 그의 아내이자 의사인 우타야마 게이코(33), 그리고 추리소설 마니아 시마다 기요시(37)였다.

그런데 영문도 모르고 초대된 이들에게 미야가키의 비서 이노 미쓰오가 황당한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미야가키는 이미 사망하여 진단서까지 받은 상태라는 것이다.

비서는 미야가키가 유언을 남겼다면서 그의 음성이 담긴 테이프를 들려준다. 유언을 간추리면 '추리소설을 써서 1등한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유산을 물려준다'는 것이었고,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살은 닷새 뒤인 4월 6일 경찰에 알린다. 둘째, 일동은 저택에서 한 발짝도 나가서는 안된다. 셋째, 소설가 넷은 4월 5일 오후 10시까지 소설 한 편을 완성하고 평론가, 편집자, 추리소설 마니아가 작품을 심사한다. 넷째, 작품은 원고지 1백 매로 한다. 다섯째, 작품 무대는 미로관, 등장인물은 여기 모인 사람, 일어나는 사건은 살인사건이며 피해자는 자기 자신으로 한다. 다섯째, 소설가는 배정받은 방에서 지급받은 워드프로세서로 소설을 작성한다.

그러나 이 기묘한 경합은 바로 다음 날부터 피로 물들기 시작한다.

첫번째 희생자는 스자키 쇼스케. 그는 응접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다. 머리는 몸으로부터 거의 떨어져 나가 있었고, 대신 뿔이 난 검은 물소의 머리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조사 결과 스자키 쇼스케가 쓰다 만 소설 <미노타우로스의 머리> 도입부가 그의 죽음과 유사한 설정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시마다는 범인이 스자키를 살해할 때 자신도 몸에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린 게 아니냐는 가정을 내놓는다. 자신의 혈흔을 스자키의 피로 가리기 위해 목을 자른 것이라는 추리였다. (G.K.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전집-결백>에 나온 '나뭇잎을 숨기려면 숲에 숨겨라')

그러나 누구도 드러난 부위에 상처가 없었기에 코피를 흘린 것이라 가정하고 의사인 우타야마 게이코가 모든 사람의 콧속을 조사한다. 그러나 이상이 발견된 사람은 없었다.

이로서 물건을 사러 나간 비서 이노가 범인이 아닐까 하는 찜찜한 가능성을 남겨둔 채 나머지 사람들은 유언이 약속한 막대한 상금에 눈이 멀어 각자의 방으로 소설을 쓰기 위해 돌아간다.

다음 희생자는 기요무라 준이치. 그가 쓰던 소설은 <어둠 속의 독니>라는 제목이었는데 자신이 독을 마시고 살해당하는 내용이었다. 현실의 기요무라는 캄캄한 방 불을 켜기 위해 조명 스위치를 더듬다 설치된 독침에 찔려 사망했다.

그런데 그의 셔츠 주머니에서 쪽지가 발견된다. 거기에는 밤 1시에 콘테스트 문제로 상의를 하고 싶으니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고 나오라는 후나오카 마도카의 메시지가 쓰여 있었다. 과연 이 쪽지는 후나오카 마도카가 쓴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 그를 유인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다음 희생자는 하야시 히로야. 그는 등에 칼이 꽂힌 채 사망했다. 그가 쓴 소설의 제목은 <유리판의 메시지>. 그런데 죽은 그의 모습을 묘사한 끝에 wwh라는 다잉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당장은 wwh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마지막 희생자는 후나오카 마도카. 그녀는 잠을 자다 습격 당한 듯 했고 오른손 끝에는 노란색 하트 모양 펜던트가 떨어져 있었다. 그 펜던트는 경보음을 내고 있었다. 후나오카는 소설을 착수하지 않았고, 일기 비슷한 글을 썼는데 거기에는 '범인은 소설을 모방해 살인을 하고 있으므로 소설을 쓰지 않는다면 살해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이 적혀 있었다.

이로써 유산을 받을 수 있는 소설가 넷 모두 사망해 사건은 복잡해졌다.

시마다 기요시가 추리를 시작한다.

먼저 첫번째 살인에서 범인도 피를 흘렸을 것이라는 설은 유보하기로 한다.

두번째 살인은 캄캄한 방을 더듬어 불을 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 방을 다른 방과 바꿔치기하여 빈방을 만들 필요가 있다. 범인은 미로 속에서 사람들이 길을 찾을 때 길 찾기 표식을 이용한다는 점에 착안, 벽에 걸린 석고 가면 위치를 바꿔 기요무라 준이치를 헤깔리게 했을 것이다.

세번째 살인은 다잉메시지를 푸는 것과 범인이 어떻게 출입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네번째 살인에서 범인은 후나오카가 경보기를 켜는 바람에 그녀가 사망한 것을 확인하지 못한 채 방을 밀실로 만들고 떠남으로서 비밀 통로의 존재를 들키고 만다.

이로서 세번째 살인에서 범인의 출몰 경로가 비밀 통로로 밝혀진다.

그렇다면 다잉메시지 wwh는 무엇인가? 그것은 워드프로세서의 글쇠 차이로 해결된다. '문호' 글쇠가 아닌 '오아시스' 글쇠에 익숙했던 하야시의 버릇대로 타자를 치면 wwh는 카가미, 즉 거울이다. 범인이 들어온 비밀 통로는 거울이었던 것이다.

비밀 통로를 연 일행은 거기서 플로피 디스크를 발견하는데 안에는 후나오카가 남긴 <기형의 날개>라는 소설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소설을 쓴 시각을 역산한 결과 범인은 소설가들이 쓴 소설을 모방하여 살인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살인 후에 작품을 배치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마지막 퍼즐. <미노타우로스의 머리>, <어둠 속의 독니>, <유리판의 메시지>, 그리고 <기형의 날개>의 앞글자를 모으니 미야가키라는 이름이 완성 되었다.

(미노타우로스의 , 어둠을 뜻하는 야미의, 유리를 뜻하는 라스의 가, 기형을 뜻하는케이의 키)

미야가키가 남긴 메시지를 따라 가니 거기에 진짜 유서가 있었다. 유서에는 미야가키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사람을 죽여 작품을 완성하고 싶었다는 것과, 유산은 피를 나눈 후계자에게 남기겠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시시야 가도미는 관계자 중 누구일까 하는 물음으로 작품을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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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반전은 작품 바깥에 있다. 시마다를 찾아온 소설가는 SHISHIYA-KADOMI의 철자를 바꾼 SHIMADA-KIYOSHI.

진범은 소설 내내 남성인 것처럼 그려지는 편집자 사메지마 도모오이다. 첫번째 살인에서 감추고 싶었던 핏자국은 코피가 아니라 생리혈. 사메지마 도모오는 미야가키 요타로와 정을 나누어 사메지마 요지라는 아들을 두었는데 태어날 때부터 지체장애를 안고 있었다. 미야가키 요타로는 사메지마 요지를 아들로 인지하길 거부했고 유산도 나누어줄 생각이 없었다.

사메지마 도모오는 미야가키 요타로가 폐암에 걸린 뒤에도 모든 재산을 미야가키상을 제정하고 상금으로 쓸 생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위와 같은 복잡한 살인극을 벌인 것이다.

소설은 사메지마 도모오가 범인임을 알고 있다는 무언의 압박으로 그녀의 행동변화를 촉구하는 작품이다. 실제 그녀가 경찰에 자수를 했는지 여부는 나오지 않는다.

신본격의 기수 아야츠지 유키토가 1988년 발표한 세 번째 작품으로 첫 번째 작품인 <십각관의 살인>이 '섬'과 '본토'의 이원중계, 두 번째 작품인 <수차관의 살인>이 '현재'와 '과거'의 이원중계였으니, 세 번째 소설인 <미로관의 살인>은 '작품 속 작품'을 테마로 써보자고 결심하고 액자소설 형식으로 구성했다 한다.

사회파로 넘어간 미스터리 소설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기 위한 신본격의 기수 아야츠지 유키토의 이 작품은 '미스터리 소설을 통해 극한의 지적 유희를 추구한다'는 신본격의 신념이 강하게 읽히는 걸작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316939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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