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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다스리면 인생이 변한다
알루보물레 스마나사라 지음, 강성욱 옮김, 장운갑 편역 / 경성라인 / 2022년 12월
평점 :
부천에서 일할 때 사소한 일로 화를 내고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발견하여 구입했다.
책날개에 적혀 있는 바에 따르면 지은이 알루모룰레 스마나사라는 1945년 생으로 스리랑카 상좌 불교 장로라고 하는데, 13세에 출가해서 '득도 했다'고 쓰여있다.
내가 아는 '득도' 뜻이 여기 쓰인 것과 다른 건가 싶은 마음은 잠시 접어 두고, 그는 1980년 일본으로 건너가 '득도는 했지만 공부를 더 하고 싶었던 것인지' 고마자와 대학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일본 테라바다불교협회에서 초기불교 전도와 명상지도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지은이 소개를 읽다보니 어쩐지 책을 읽고 싶지 않은 기분이 강하게 들었지만 그래도 돈이 아까워 꾸역꾸역 끝까지 다 읽었다.
이 책의 기본 아이디어는 철저히 이분법적인데 '화를 내는 것은 나쁜 것이고, 화를 참는 것은 좋은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책 앞부분에 나오고, 이후로는 지리한 부연설명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화를 내지 않고 참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알루모룰레 스마나사라는 '극단적인 관념론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남이 나에게 화를 내게 만드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라'는 것이 그 비법이다. 이는 어떤 비유적인 말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인데, 남이 때리면 맞고 누가 내 목을 치려 하면 그대로 두라는 것이다!
석가는 '예컨대 무서운 도둑들이 들어와 아무것도 나쁜 일을 하지 않은 자신을 붙잡고서 '이놈을 베어버리자. 재미있을거야' 하고 생각하여 단지 그 이유만으로 톱으로 자르려고 한다고 합시다. 그때조차 '싫다'라고 화를 내서는 안된다. 조금이라도 화를 내면 당신들은 부타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불제자가 되고 싶다면 그 정도의 각오로 살아가길 바라는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죽임을 당하는 순간조차도 만약 화를 내면 마음은 흐트러지고 지금까지 쌓은 덕은 모두 무효가 되어버리며 지옥에 가게 된다. 그러니 죽임을 당하는 사람은 손해를 보게 된다.(176p)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조언인가. 누가 내 목을 치는 순간 화를 내면 지옥행 확정이라니!
게다가 지은이는 일본에 오래 살아서인지 몰라도 나쁜 짓을 한 사람을 벌하는 방법으로 친절하게 '이지매'를 권한다.
불교 신자들의 경우 절에서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어떻게 할까요? 모른 체해서 소외시키고 무시합니다.(114p)
'당신은 나에게 손해를 줬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무시한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117p)
아니 나를 때리고 죽이려고 해도 화를 내지 말고 참으라고 하더니 나쁜 짓을 한 사람에게는 이지매를 권한다고? 물론 뭐 행동 변화를 촉구한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는 부연설명은 있지만 통상 위와 같은 방법을 이지매라고 하지 않나?
게다가 지은이가 득도한 사람은 커녕 불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수행한 사람이 맞나 하는 의문도 여러 곳에서 불쑥 불쑥 든다.
누군가 괴롭히면 저는 화를 내지 않고 '그 사람은 머리가 나빠서 사람을 괴롭히려고 하고 있다' 라는 것을 안다...그 사람이 자신의 어리석음을 느낄 수 있도록 반쯤 놀리는 기분으로 어떤 일을 해보는 것입니다.(212p)
불교에서는 누군가를 괴롭히는 사람은 머리가 나빠서 괴롭히는 것인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얘기이긴 한데, 그럼 지은이가 권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방법은 가르쳐 드리지 않겠습니다. 누군가 제가 가르쳐준 방법을 쓰기라도 한다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212p)
여기서 나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고, 나머지 30여 페이지를 훌훌 넘기며 화를 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말았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296155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