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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컵라면 (스페셜 에디션)
차정은 지음 / 부크크(bookk) / 2024년 4월
평점 :
여름, 빨강, 토마토, 열기, 사랑, 바다... 차정은은 머리속에 떠오르는 단어와 이미지들을 정련되지 못한 언어로 독자에게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시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한 말들이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저마다 아우성 치고,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지은이는 시를 쉽게 쉽게 써내려간다.
여기 실린 시의 형태를 한 글들은 그래서 밝고 명랑하다. 칭찬만 받고 자라 구김살 없는 아이들에게서 보여지는, 그런 종류의 밝고 명랑함.
유일하게 시처럼 보였던 時, 하지만 출판된 시집에 실린 시라고 보기엔...
< 대멸종 >
전등이 가득한 도시에 달이 툭 하고 떨어졌어
오르막길을 내리고 내리막길을 올라 데굴데굴 굴러다녔어 달이 지나간 자리는 뭉툭이 문대졌고 사람들은 소원을 빌었지
달님
달님 세상에서 가장 예쁜 달님
제 소원을 꼭 이루어 주세요
제 사랑을 꼭 이루어 주세요
제 꿈들을 꼭 이루어 주세요
그렇게 사람들의 꿈과 사랑과 소원을 먹고 자란 달님은 지구보다 부풀어 올랐고 세상은 그렇게 샛노란 달로 물들어 멸종하고 말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