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저자, 양윤옥 역자 / 모모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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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개의 얼굴 >

'내'가 아내 케이코를 살해하여 뒷마당에 매장한 직후, 경찰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신주쿠 호텔 객실에서 아내 게이코로 추정되는 사체가 발견되었으니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놀라운 마음을 진정시키고 현장에 가 보니 사체는 얼굴이 알아볼 수 없게 짓이겨져 있었고, 목에 감긴 허리끈과 핏자국 묻은 스패너가 널부러져 있었다. 정확히 몇 시간 전에 일어난 현장의 재현이었다. 게다가 사체에서 '나'에게 보낸 편지까지 발견된다. 도대체 '나'는 누구를 죽인 것일까? 뒷마당에 묻은 사체가 '나'의 아내인가, 아니면 호텔에 남겨진 사체가 아내인가?

< 과거에서 온 목소리 >

경찰을 관두고 1년이 흐른 뒤, 야마모토 미치오가 사수였던 강선배에게 편지를 보낸다. 미치오는 편지에 전일항공 부사장 야마후지 다케히코의 외아들 가즈히코의 유괴 사건에 대해 적고 있었다. 그와 강선배는 용의자를 쫓다가 교차로에서 실수로 놓치고 만다. 다행히 가즈히코는 돌아왔고 용의자는 사망하지만 미치오는 교차로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차를 돌렸던 것이 실수가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 화석의 열쇠 >

쓰기코의 운전 부주의로 딸 지즈가 하반신 마비가 되자 남편 시라이 준타로와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다. 결국 준타로가 딸을 키우기로 했고, 쓰기코는 가끔 지즈를 보기 위해 방문했다. 그러나 그런 방문도 이제 곧 끝날 예정이다.쓰기코가 지즈를 방문하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준타로가 열쇠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그날은 지즈의 생일이었다. 아빠가 케이크와 선물을 사오길 기대하면서 6시에서 8시 사이에 미리 잠을 자두기로 한 지즈는 꿈 속에서 나비가 날아가는 꿈을 꾼다.

< 기묘한 의뢰 >

KK흥신소의 시나다는 N은행 중역 쓰치야가 아내 사야코의 불륜을 의심하여 의뢰한 사건을 받아들여 그녀를 미행한다. 그런데 사야코는 특별히 의심 가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언제부터인가 시나다의 미행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시나다는 그녀가 떨어뜨리는 귀걸이를 클럽 여자 유리에게 가져다 주는 등 냉소적으로 반응한다.

어느 날, 사야코가 시나다에게 접근해 '자신의 남편이 미행을 의뢰한 것을 알고 있다, 진짜 불륜하고 있는 사람은 남편이다', 라며 역미행을 제안한다.

시나다가 역미행 제안에 응해 남편을 조사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쓰치야는 금방 이를 눈치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시나다는 유리가 살해되자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된다.

< 밤이여, 쥐들을 위해 >

'나'의 아내 이름은 노부코, 하지만 노부코라는 이름을 최초로 부여받았던 존재는 보육원에서 여덟 살 때 몰래 기르던 쥐였다. '나'는 이 쥐를 소중히 여겼는데 어느 날, '멍구'라는 녀석이 쥐를 철사에 목 메달아 죽이자 정신줄을 놓고 나이프를 집어 든다. 멍구의 팔뚝엔 L자 형태의 큰 흉터가 남았고, 나는 병원에 수용되어 반년만에 교정된다.

백혈병 치료의 권이자이자 종합병원 원장인 요코즈미 다다오와 그의 사위 이시즈가 차례로 살해된다. 경찰은 의료사고에 앙심을 품은 자의 범행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한다. 유력한 용의자의 친구 이하라 사다오가 참고인으로 불려와 조사를 받으면서 경찰 수사는 활기를 기 시작한다.

< 이중생활 >

마키코는 16살 연상인 슈헤이가 자신을 떠나 에기쿠보의 시즈코에게로 가려 하자 견딜 수 없는 모멸감을 느낀다. 마키코는 자신과 관계 맺고 있는 젊은 은행원 후루하시 데쓰오를 시켜 슈헤이와 시즈코 살해 계획을 짠다. 슈헤이가 매일 밤 자기 전 마시는 고가의 수입 와인에 수면제를 타서 잠들게 만든 뒤 가스 개폐장치를 잠궈 스토브에서 가스가 세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데쓰오는 마키코의 지시대로 이행한 뒤 자랑스럽게 그녀에게 돌아가고 둘은 포도주로 축배를 든다. 하지만 데쓰오는 그녀가 준 포도주를 마시고 깊은 잠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 대역 >

인기 연예인 하세쿠라 슌은 지금 아내를 살해하기 위해 도쿄로 돌아가는 중이다. 알리바이는 자신과 똑같은 외모를 가진 다카쓰 신야라는 자가 해결해 줄 것이었다.

처음부터 교코와 사이가 안 좋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들 다쓰야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둘 사이는 급격이 안 좋아졌다. 아내는 다쓰야를 똑 닮은 아이를 하나만 낳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하세쿠라 슌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태였다. 그때 나타난 것이 다카쓰 신야였다 LA에서 지낼 때 관계를 가졌던 케리 부인이 자신과 똑같은 외모의 남자를 알고 있다며 일자리를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하세쿠라 슌은 그에게 아내와 10차례 성관계를 해달라고 일본으로 불러 들였는데 급기야 알리바이까지 부탁하게 된다. 이 일이 끝나면 하세쿠라 슌은 내연녀 기누에와 새로운 삶을 시작할 터였다.

< 베이 시티에서 죽다 >

7년의 형기를 받고 복역하다 1년 일찍 출소한 '나'는 교코를 찾아간다.

6년 전, '나'는 신주쿠의 작은 폭력단 소속이었다. 그때 '나'는 교코와 살림을 차린 상태였고, 세이지라는 동생 같은 녀석과 자주 어울렸다.

어느 날, 야자와 형님이 신에이카이 조직으로 이적을 하지 않겠냐고 권유했다. 그는 이미 배신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던 '나'는 이를 거절했고, 드잡이질을 하다 빼어든 권총이 발사된다. 당황한 '내'가 집에 돌아가 교코와 세이지에게 말했고, 세이지가 현장을 살펴보고 돌아와서 야자와는 이미 사망한 상태라고 알려준다.

재판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야자와의 몸에서 발견된 총상이 두 개 라는 것이었다. 하나는 복부를 비껴 관통했으나 다른 하나는 심장을 관통했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야자와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뒤늦게 현장으로 간 세이지가 그의 심장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이지와 교코는 '나'를 배신하고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이다.

출소한 '나'는 어렵지 않게 교코를 찾아 냈다. 교코는 세이지가 자신도 배신했다면서 불러내 주겠다고 한다. 화해를 위해 만나자고 했다는 교코의 말을 믿고 나온 세이지는 반가운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지만, 나의 손가락은 비정하게 방아쇠를 당긴다. 세이지를 처리한 후 담 교코의 마지막 말을 듣고 '나'는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진실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 열린 어둠 >

사립 세이에이 고등학교의 말썽꾼이자 폭주족 블랙호크스의 맴버 노리코가 열혈 교사 미즈키 마사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온다. 리더 다카기 아키오가 오쿠타마의 별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는 것.

노리코의 오토바이를 타고 별장에 가보니 2층 방에 다카기가 가슴에 칼이 찔린 채 숨져 있었다. 노리코, 가챠, 스즈타, 오사요는 새벽 6시 30분에 별장에 도착한 뒤 시너를 마시고 잠들었다 깨어나니 다카기가 숨져 있었다고 했다. 노리코는 경찰에 지금 신고하면 자기가 범인으로 잡혀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날 다카기가 헤어지자고 해서 대판 싸운데다 심장에 박혀 있는 칼도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편, 3일 전에는 체육 교사 아카자와 다케시가 학생의 전화를 받고 나갔다가 운전석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들은 스즈타가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었다.

마사는 그 사건의 범인이 다카기를 죽였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맴버들의 알리바이를 조사한다. 그 과정에서 다카기가 아카자와 선생을 좋아했고, 아카자와 선생은 스즈타를 좋아했었다는 동성 삼각관계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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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조 미키히코의 단편집 <열린 어둠>은 감각적이고 탐미적인 문체로 섬세하게 인간 심리를 다루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작품 모두 정교한 트릭이 숨겨져 있는데 반전을 알아차리는 순간, 독자는 속았다는 느낌 보다 삶의 비밀 한 자락을 엿본 느낌을 받는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베이 시티에서 죽다>이다. 한편의 느와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구성의 이 작품은 렌조 미키히코가 감각적인 문체로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다룬 수작이다.

'나'는 애초에 야자와의 심장에 총을 발사해 죽게한 것이 맞다. 뒤늦게 도착한 세이지가 형님인 '나' 대신 잡혀가기 위해 야자와의 복부에 총알을 발사한 뒤 자신이 심장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고 자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불륜 관계였던 교코가 함께 도망가자고 해서 일이 틀어진다. 교코가 가지고 있던 립스틱 통에는 세이지가 당시 배신을 참회하며 자른 손가락이 있었고, 도망간 둘은 죄의식 때문에 관계를 이어가지 못했다.

<두 개의 얼굴>은 '나'의 아내와 불륜을 벌이던 동생이 형의 살인 현장을 목격한 뒤 자신의 내연녀를 살해하여 완전범죄를 기도한 사건이다. 다소 기교에 치중한 느낌이며, 어둠 속에서 '나'의 범행을 지켜보는 또 다른 범인 설정이 섬뜩하다.

<과거에서 온 목소리>의 트릭은 이중 유괴이다. 강선배는 자신의 아이를 유괴한 범인에게 몸값을 주기 위해 또 다른 유괴를 실행한 것이다. 어렸을 적에 유괴 당한 경험이 있는 야마모토 미치오는 우연히 강선배의 상황을 알게 되고 그를 보호해 주기 위해 용의자를 일부러 놓친다

<화석의 열쇠>는 지즈의 엄마와 아빠 모두 지즈를 살해하려다 뒤늦게 참회한다는 내용이다. 비정한 그들이 뒤늦게 재결합해 아이를 키우는 쪽으로 마음을 먹지만 그들의 미래는 여전히 불한해 보인다.

<기묘한 의뢰>는 곳곳에 함정과 복선을 깔아둔 복잡한 작품인데 미행 대상이 사실은 시나다라는 것이 핵심이다. 시나다가 만나고 있는 유리라는 여자가 N은행의 중역 쓰치야의 불륜 상대였다.

<밤이여, 쥐들을 위해>는 백혈병으로 오진했다는 것이 밝혀지자 실제 백혈병을 걸리게 만든다는 기괴한 설정과 '멍구'가 누구인지 헤깔리게 만드는 서술트릭이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중생활>은 선입견을 활용한 트릭인데 나이 어린 여자 마키코가 본처였고, 나이 많은 시즈코가 불륜상대다. 그녀의 계획은 시즈코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죽은 뒤 시즈코를 범인으로 모는 것이다

<대역>은 진짜 대역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추적하며 진행된다. 자신의 하위호환 버전 쯤으로 생각했던 인물이 사실은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진정한 주인공이었음을 알게된 '나'는 진짜 대역이 누구였는지 그제서야 깨닫는는다.

<열린 어둠>은 어딘지 모르게 오자키 유타카의 <졸업>이라는 노래를 연상시킨다. 젊은 치기와 기성 세대에 대한 불신 때문에 살인을 저질러 결백을 증명하려 하는 어이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15942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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