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의회 의원 도도 야스유키와 전직 배우 도도 에리코 부부가 불 탄 저택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도도 야스유키의 목에 끈 모양 흔적이 있었고, 도도 에리코 역시 욕실에 목 메달린 상태였으므로 처음에는 자살사건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감식 결과 도도 에리코의 목에서 발견된 삭조흔이 두 종류로 드러남에 따라, 누군가 그녀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어설프게 자살로 위장하려 했음이 밝혀진다. 경시청은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도의원 부부 살해 및 방화사건' 수사에 착수한다.

얼마 뒤 익병의 범인이 도도 야스유키가 평소 이용하던 태블릿을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협박 편지를 보내온다. 그는 도도 부부의 추악한 과거를 폭로하겠다며 거액의 돈을 요구했으나 거절 당하자 금액을 낮춰 재차 협상해 온다. 경찰은 도도 부부의 딸 내외와 협의한 뒤 3천만엔을 범인이 지정한 계좌에 입금하고, 인출책 체포를 시점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기로 한다.

한편, 주인공인 수사1과 고다이 쓰토무 순사부장은 관할 경찰서 야마오 요스케 경부보와 짝을 이뤄 범인을 추적한다. 고다이 쓰토무는 도도 에리코(본명 후카미즈 에리코, 예명 후타바 에리코)의 과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뜻밖에도 야마오 요스케 경부보가 도도 에리코와 동창이었고, 도도 야스유키는 그들을 가르친 교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도도 에리코가 학창시절 사귀었던 나가마 가즈히코가 야마오 요스케와 친구였다는 사실, 나가마가 졸업한 뒤 석연찮은 이유로 자살했다는 사실 등을 알게낸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야마오의 태도였다. 그는 자신이 도도 에리코와 동창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사건 해결에 실마리가 될 내용도 일부 비밀에 붙이는 등 수상쩍은 행동을 반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좌에서 돈이 인출된다. 경찰은 니시다 간타라는 인출책을 긴급 체포하여 취조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출을 의뢰한 사람이 야마오 요스케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긴장한 수사본부는 즉시 야마오 요스케를 임의동행으로 연행하여 취조를 시작하는데 의외로 야마오 요스케는 큰 저항 없이 자신이 협박범이라고 순순히 시인한다. 하지만 경찰은 그의 진술 외 어떠한 물증도 없어 검사가 과연 기소를 할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

사건은 고교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대로 정치가 집안이었던 도도 야스유키는 교사라는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정치인을 꿈꾸는 야심 만만한 젊은이였다.

그는 제자 후카미즈 에리코와 육체 관계를 맺고 있었다. 후카미즈 에리코는 도도 야스유키를 동경했기에 그에게 추문이 일어나선 안된다는 마음에 위장 애인을 만들었는데, 그가 바로 나가마 가즈히코였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도 야스유키와 후카미즈 에리코의 애정 행각은 우연히 야마오 요스케에게 발각되고 만다. 후카미즈 에리코는 야마오 요스케에게

침묵해줄 것을 요구했고, 졸업 후 그 댓가로 자신의 육체를 하루 동안 제공한다.

한편, 야마오는 친구 나가마에게 도도 야스유키와 후카미즈 에리코가 연인 관계이며 나가마는 위장 애인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에리코에 대한 미련을 끊고 대학입시에 열중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말이지만 나가마는 폭주하여 도도 야스유키를 등산 나이프로 상처입힌 뒤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겁을 집어먹고 절망하여 자살하고 만다.

이 사건 이후 도도 야스유키와 후카미즈 에리코도 이별하고, 시간이 흐른 뒤 후카미즈 에리코는 자신이 야마오 요스케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몰래 출산한 에리코는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긴 채 배우로 데뷔한다. 이때 맡긴 아이가 이마니시 미사키이다.

운명의 장난인지 에리코는 데뷔 후 다시 도도 야스유키와 만나 사귀게 되고, 결국 결혼까지 한다. 하지만 딸인 이마니시 미사키가 안타까워 보육원에 보러 다녔고, 성년이 된 뒤에는 백화점 VIP 담당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뒤 실적을 올려주었다. 또한 손녀 마나미의 교육에 관해 상담하는 등 사뭇 자상한 어머니 역할도 했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눈치챈 도도 야스유키가 제자이자 경찰인 야마오 요스케에게 아내의 행적을 조사해달라고 부탁한다. 야마오 요스케는 조사 과정에서 이마니시 미사키가 사실은 자신의 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도도 야스유키에게는 이마니시 마사키는 도도 야스유키와 에리코가 헤어지기 직전 가진 관계에서 생긴 아이이며, 에리코는 헤어진 뒤 도도 야스유키의 장래를 위해 몰래 출산했다는 식으로 둘러댄다. 이로써 도도 야스유키 역시 이마니시 미사키가 사실은 자신의 아이라고 착각하고 만다.

도도 에리코와 이마니시 미사키의 모녀 관계는 끝내 잘 풀리지 않는다. 손녀 마나미가 마약 판매에 손을 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도도 에리코는 평온한 시기에는 이마니시 미사키에게 엄마로써 자애로운 모습으로 대했지만, 막상 마나미 문제가 드러나자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봐 야멸찬 모습으로 소리를 지르고 비난했다. 이에 격분한 이마니시 미사키가 자신의 친모인 도도 에리코를 목졸라 살해한다.

뒤늦게 집에 돌아온 도도 야스유키는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한) 이마니시 미사키가 아내를 죽였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스스로 자살한 뒤 타살인 것처럼 꾸민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야마오는 자신이 범인인 것처럼 꾸민 뒤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이 흐지부지 되도록 만들기 위해 가공의 범인 역할을 자인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 40년 기념작으로 <백조와 박쥐>에 이어 고다이 쓰토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고다이 쓰토무는 냉철하고 강인한 이미지의 가가 교이치로나 논리적인 사고로 퍼즐을 풀어나가는 유카와 마나부와 달리 평범한 이미지에 어쩐지 지쳐보이는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명탐정은 아니지만 구두 밑창을 닳아뜨리며 범인에게 한발 한발 다가서는 <점과 선>의 주인공 미하라 가이치 경사를 떠오르게 하는 면도 있다.

<가공범>에서 공감되지 않는 부분은 바로 도도 에리코와 야마오의 관계이다. 야마오의 입을 막기 위해 도도 에리코가 졸업한 뒤에 몸을 허락한다는 것도 어색하지만, 그 관계에서 아이가 생기고 몰래 낳아 보육원에 맡긴다는 설정 역시 도도 에리코의 야멸차고 계획적인 성격을 감안할 때 매우 억지스럽다.

또한 정치인으로 잔뼈가 굵은 데다가 공권력을 남용하는데도 능란한 도도 야스유키가 유독 자신의 딸로 짐작되는 이마니시 미사키가 아내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자 별다른 대책을 고민하지도 않고 주저 없이 자살해버리는 장면은 아무리 또다른 자녀의 정치권 진입을 목전에 둔 시점임을 감안해도 어색하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0876712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