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에서 중국을 가장 싫어하는 나라 순위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이 1위 아니면 2위를 차지한다. 중국은 경제적인 면에서 미국보다 교역량이 많고, 역사적으로는 일제에 의한 강점과 학살 경험을 공유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불구 대천의 원수 나라가 되었다. 급기야 최근에는 혐중 시위를 도시 한복판에서 버젓이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찌 보면 일본보다도 못한 관계라 할 수 있다. 중국은 내부결속을 위하여 동북공정과 같은 무리한 역사 왜곡을 일삼았고,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들과 동맹을 이루고 있어 우리와 여러모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을 넘어서는 증오와 적개심의 이면에는 불편한 한중 관계를 조장함으로서 정치적·경제적 이득을 얻는 세력의 농간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글만리>는 중국이 G2에 올라서고 G1에 오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IMF 전망이 발표되던 2013년에 발표된 소설이다. 알듯 모를듯한 중국 비즈니스 세계를 정글로, 그리고 이를를 헤쳐나가는 남한 비즈니스맨의 험한 여정을 만리 장성에 비유하여 지은 제목이라 한다.

현대사를 진보적인 시각으로 조망하여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3부작을 완성한 이후 발표된 이 소설은 중국에 대한 자세한 조사를 바탕으로 다분히 계몽주의적 시각으로 전개된다. 읽다 보면 중국에 대해 오해한 면도 깨닫게 되고, 뜻밖에도 후진적인 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는 중국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에피소드 처럼 전개되어 기존 작품들에 비해 문학적인 완성도는 낮은 편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중국 주재 상사맨 전대광은 샹신원이라는 관리를 '꽌시'로 두고 있는데, 샹신원의 이해를 대변해 주면서 국익과 사익을 두루 챙기고 있다. 한국에서 의료사고를 일으켜 돈과 명예를 잃은 서하원을 초빙해 재기를 돕는가 하면, 베이징대에 재학중인 조카 송재형이 중국 생활에 적응하기 쉽도록 도움을 준다. 같은 한국 사업가나 상사맨을 자신의 꽌시와 연결시켜 주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일본인 상사맨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샹신원이 중도에 돈을 싸들고 도망치고 왕링링이라는 사장도 계획부도를 내는 등 순탄치 않은 비즈니스 세계와 별개로, 송재형은 중국인 여자친구 리옌링과 한중 커플이 된다.

에피소드 중 기억나는 몇 가지

마오쩌둥은 <심원춘 沁園春>에서 진시황과 한무제는 문재(文才)가 모자라고, 당태종과 송태조는 시재(詩才)가 모자라며 칭기즈칸도 활 재주 뿐이라고 깎아 내린 후 진정한 영웅 호걸은 본인뿐이라고 은근히 자랑한다. 마오쩌둥이 대장정으로 전 국토를 통일하고 농토를 농민에게 나누어주는 등 사회주의적인 경제체제 도입에 지대한 공을 세운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 그의 이후 행보는 본인 스스로도 비교 대상으로 삼고 있는 진시황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다. 문화혁명으로 수많은 인민을 학살한 동기로 권력욕 외 다른 것을 찾기 어렵다.

베이징에서 62만 위안(1억 1천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박힌 롤렉스 시계가 뇌물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 시계는 총 10개에 불과하다는데, 이유는 10%를 제하면 현금으로 다시 바꾸어주기 때문에 시계를 실제 차는 사람은 없고 돈으로 바뀌어 백화점 진열대로 되돌아오는 것.

중국이 한국 기술을 습득한 뒤 기업인들이 쫓겨나는 모습에 중국인들을 욕하지만 이는 모든 개발도상국들이 거쳐가는 과정이다. 단순 기술을 빼앗겼다고 한탄할 것이 없다. 또한 짝퉁 문제에 있어 베이징대 대학생이 화약, 종이, 나침반을 최초 발명한 것이 중국인데 서방은 이를 돈 주고 사서 썼느냐고 반문한다. 사실 괴변이지만 괴변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 새로운 질서와 법칙은 언제나 그 과정을 거쳐간 소위 '선진국'이 만들어내는 일방적인 지배질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오쩌둥은 '세상의 반은 여자다' 라는 말로 여성해방을 주장했고, 문화대혁명 당시 아내 장칭(강청)에게 전권을 위임했기에 이 시기 여성의 영향력과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 그런데 2013년 당시 중국의 고위 관리들은 대놓고 얼나이(첩)를 두고 아들 낳기를 바란다. 그리고 딸을 낳게 되면 호적에도 없는 처지로 내버려두는데 이런 인구가 1억이 넘는다는 추산 결과도 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자신들이 최초의 원폭 피해 국가로서 민간인 피해자 수를 강조한다. 하지만 일본은 원폭 투하 직전까지도 옥쇄 작전을 감행하면서 3개월에 걸친 '결7호' 작전 을 펼쳤고, 그 결과 미군 1만 2천명, 일본군 6만 5천명, 민간인 22만여 명이 사망하였였다. 종전을 위한 원폭 투하가 없었다면 더 많은 민간인 사망이 나왔을 것이다.

일본 천황의 항복문 전문에는 단 한 차례도 항복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천황의 결단으로 동아시아의 안정을 확보하려는 진심 어린 바람이 영토 확장이나 주권 침해로 오인받은 상황을 통탄하고, 자국의 부상자와 전쟁 피해자, 집과 호구지책을 잃은 사람들의 후생복지에 유리하리라 판단하여 심심한 유감을 표할 뿐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0356221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