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주유소
유애숙 지음 / 문이당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작가 유애숙은 1951년 경북 영천 출신으로 국군간호사관학교를 졸업했다.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명문 아파트>로 등단하였으며, <장미 주유소>는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등단작 <명문 아파트>는 동문시장에서 짝퉁을 만들어 파는 용자와 그녀의 가게에 단골로 드나드는 신여사 이야기다. 용자는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신분 상승에 걸맞는 주거지로 명문 아파트를 낙점하고 낙원 부동산을 찾아간다. 신여사 같은 교양있는 부자들이 모여사는 곳이었으므로 용자는 기대가 컸다. 부동산 정 여사는 새댁이 투신 자살해 잘 팔리지 않는 43평형 아파트를 용자에게 속이고 중개한다. 얼마 뒤 사실을 알아챈 용자가 난리를 치자 정 여사는 전 주인에게서 받은 사례금을 이사비용으로 내놓고 용자를 달랜다. 용자가 다시 이사하는 날 에덴 약국에 들렀다 그곳에서 단골이자 H농대 책임자 남편을 둔 신여사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신여사는 바삐 가게를 빠져나가버린다. 그리고 약사가 하는 말을 듣고 용자는 놀라 자빠지고 만다. 신여사는 고관의 사모님이 아니라 분식집 주인이고 남편도 농대는 커녕 화원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

'명문' 아파트는 사람이 자살해 나가는 오명이 있고, '낙원' 부동산은 사연 있는 집을 사기로 중개하며, '에덴' 약국은 온갖 말들이 모여드는 장소다. 용자는 돈을 만들기 위해 '짝퉁'을 만들어 팔고, H농대는 화원이고 정신 작업도 말짱 헛소리다. 욕망은 들끓지만 그 외양은 온통 헛것에 불과한 현대 사회를 조롱하는 작품이다.

<노루잠에 개꿈>도 유쾌해서 마음에 든다. 영국이 차린 동물병원을 중심으로 코믹한 콩트들이 그려지는 단편인데,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심부름센터의 덜 떨어진 행태와, 유고 정부가 발행한 고액권 5천 5백 5십억 디나르를 둘러싼 호언들이 한바탕 해프닝을 일으킨다. 고액권은 사실 한 세트에 2만 2천원에 불과한 기념품이었다.

이 밖에 병원의 향정신성의약품을 훔쳐내 고통을 덜어보려는 외과 레지던트 이훈재와 그런 훈재에게 호감을 느끼는 병리실 오세정의 풋사랑을 그린 <기대는 숨결>, 이별의 아픔을 잊기 위해 이별 클리닉이라는 사이트를 드나들며 지난 연애를 반추하는 <이별 클리닉>, 남편을 교수 자리까지 올려 놓았지만 자신의 욕망을 뒤늦게 알아차린 중년 여성과 섹스 중독증으로 고통받는 유섭의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주는 <장미 주유소>, 젊은 혈기에 치고 받고 폭언을 내뱉던 부부가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과 화해하는 내용의 <돌아오라 소렌토로> 등 총 1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2년 3개월간 근무하던 정든 곳을 떠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원래 근무했던 곳으로 복귀일 수도 있는데, 부천을 떠나는 마음이 헛헛하기만 하다. 사람이, 장소가, 그리고 이곳의 정서가 무척 그리울 것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01152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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