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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다
린팅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각지 못한 교통사고로 어머니와 애인을 모두 잃고 실의에 잠겨있던 주인공 허징청은 우연히 다크펀 이라는 범죄 조직에 들게 된다. 다크펀은 이자카야 '후보쿠'를 아지트로 활동했는데, 한 사람의 인생을 새로운 시나리오에 따라 바꿔주 는 댓가로 의뢰인의 전재산을 요구했다. 허징청은 다크펀에서 시나리오 작가 역할을 했으며, 이자카야 주인 우팅강은 돈을 대는 제작자를, 샤오후이와 케빈이 각각 미술감독과 촬영감독 역을 맡았다. 그리고 감독은 후보쿠의 다락방에 기거하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매우 나이든 사나이였다.
첫번째 의뢰인은 하반신이 마비된 린위치라는 이름의 여성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의사였는데 린위치의 병을 고치기 위해 골몰하다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린위치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성을 롤모델로 인생을 바꿔달라고 한다. 하지만 다크펀이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롤모델인 여성이 암으로 사망한다. 그리고 린위치 역시 암에 걸린다. 타인의 인생의 좋은 면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것이 원칙이었기 때문이다. 린위치는 다시 한번 인생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 이번에는 과거의 린위치 자신이 롤모델이었다.
두번째 의뢰인은 왕푸런이라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그는 어렸을 적 집단 따돌림으로 상처 입은 적이 있었고, 성인이 된 지금은 아들이 비슷한 처지라 괴로워했다. 그는 자신을 괴롭히는 데 앞장섰던 인물을 롤모델로 인생을 바꾸고자 한다. 젊은 나이에 이미 교장의 자리에 오른 쉬즈춘이었다. 왕푸런은 쉬즈춘의 인생 시나리오를 받아들였지만 쉬즈춘의 아내가 우울증이라는 사실까지 받아들여야 했다. 뒤늦게 쉬즈춘의 사과를 받고 인생의 명암을 깨달은 왕푸런 역시 자신을 롤모델로 다시 인생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주인공 자신의 이야기다. 어머니와 애인 징즈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원인은 한때 친하게 지냈던 배우 샤오위 때문이었다. 샤오위는 징즈의 재능을 부러워한 나머지 다음 날 공연을 취소하게 만들 목적으로 교통사고를 계획하지만 음주운전자가 끼어드는 바람에 큰 사고가 난 것이었다. 징즈는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며 무대를 떠나 술집 접대부로 전락하지만 허징청을 만나고 다크펀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과거를 극복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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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소설이라 대만 정취를 기대하고 오정동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왜색 일색이다. 장소만 대만 시먼딩일 뿐 술집은 이자카야, 각종 축제는 일본 서브컬처 축제, 음식도 생각도 일본식이다.
대만에 놀러갔을 때 가이드가 풀어놓은 이야기에 따르면 대만은 근대 이후 끊임없이 타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 본토와 일체감이 느슨한 데다, 일제 강점기 때 경제와 정치제도가 이식되어 발전된 측면이 있어 그 시기를 향수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 말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 책은 대만 냄새가 나는 소설은 아니다.
뻔한 클리셰의 남발, 다크펀이 사실은 허징청의 뇌내 망상이었다는 마무리 등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소설이다. 아마추어가 인터넷 공모에 출품한 작품 정도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991958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