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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X들 ㅣ 안전가옥 FIC-PICK 11
서미애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미애의 <거짓말의 발톱>은 경기 호황기에 애널리스트와 결혼해서 반짝이는 삶을 사나 싶던 주인공이 경기가 불황으로 돌아서자 이혼한 뒤 몰락의 길을 걷는 이야기다. 현실에서 복구가 불가능해진 주인공은 SNS에서 손쉬운 재기를 노리고, 거짓의 이자가 불어나 결국 호된 빚잔치를 하게 된다. 미국에 갔던 주인집 노파가 일찍 돌아오자 칼을 휘두르는 손쉬운 결말은 다소 진부하다.
송시우의 <술래의 역습과 피 흘리는 다수>는 '은둔 청년의 이상 동기 범죄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차 위에 물이 떨어져서 곰팡이가 핀다'는 말이나, 증거 '은멸' 이라는 알 수 없는 단어 등에 자꾸 흐름이 끊긴다. ('은멸'이라는 단어는 두 번이나 나오니 편집상 오타는 아니리라) 피해 망상 외 범인 심리에 관한 면밀한 분석이 없어 아쉽다.
정해연의 <원해>는 수록작품들 중 가장 소설꼴을 갖추고 있다. 스토킹을 피해 지방으로 내려간 주인공이 친한 선배에게 다시 배신 당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이면의 추악함을 들춰낸다.
홍선주의 <Crazy Love>는 이렇다 할 매력 포인트가 없다. 외딴 섬에서 촬영하는 만남 프로그램 진쟁 중 사망자가 발생한다. 타살이 분명한 상황에서 대타로 나간 주인공이 경찰공무원 준비중이라는 이유로 사건에 살짝 개입하나 어설픈 행동이었을 뿐이고 진실은 동성애인의 소행이었다는 내용이다.
이은영의 <히즈 마이 블러드(He's my blood)>는 쓰다 만 습작 느낌이다. 피가 환생해서 사람처럼 변한 뒤 본래 주인을 돕는다는 설정도 공감이 가지 않고, 줄거리도 난삽하다.
한새마의 <잠든 사이에 누군가>는 윌라 오디오북으로 들었던 작품인데 한 여성이 함정에 빠져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과정을 공포스럽게 잘 그렸다. 다만 소재나 줄거리에서 오리지널리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문제.
<미친X들>은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여성 작가 모임인 미스 마플 클럽의 두 번째 단편집이다. 첫 번째 단편집은 <파괴자들의 밤>.
작품집의 테마는 Crazy인데, 작품 수준이 고르지 못하다. 정제되지 못한 감정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그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아이디어에서 형상화의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 채 혼자만의 중얼거림으로 끝나는 작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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