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글자도서]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 제1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리더스원 큰글자도서
조영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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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는 6학년 겨울 방학을 맞아 목하 첫 몽정을 치룬 참이다. 상대는 같은 빌라 102호 소연이었는데,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그애가 몽정 상대로 꿈에 등장한 것은 뜻밖이었다.

'나'의 가족은 건물발파기술자였으나 이제는 다쳐서 리모컨을 끼고 TV 드라마만 보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대신해서 중고트럭에 의지해 생계를 꾸려가는 어머니, 그리고 장애가 있어 늦된 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는 곳은 청운연립 빌라 옥상의 무허가 컨테이너다.

어찌됐건 몽정 치룬 '내'가 밖으로 나와보니 달동네는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때 온 몸이 흰 털로 덮인 하얀 여우가 나타났다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지난 여름, 형이 동물원 여우 우리에 빠져 여우에게 공격당할 뻔 하자 아버지가 여우를 돌로 내리쳐 죽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최초로 쓸쓸함의 의미를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다.

'나'는 섹소폰을 불며 산기슭에 사는 노인 전인슈타인에게 하얀 여우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인슈타인은 여우 이야기를 듣고도 그저 갸웃할 뿐이었다.

겨울에 접어 들면서 엄마는 중고트럭을 맡기고 포장마차를 빌려왔다. 포장마차 신메뉴가 인기를 끌자 손님이 늘었고, 중고트럭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때보다 돈이 조금 더 들어왔다. 그리고 엄마는 립스틱을 바르고 꽃무늬 셔츠를 입은 채 일탈의 분위기를 풍겼다. '나'는 어쩐지 그런 상황이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는 중에 나는 샛별문구 곱추 여자에게 꼬임을 당해 인형 눈을 붙이고 푼돈을 얻어 쓰다 끝내 성추행을 당한다. 얼마 뒤 샛별 문구 여자는 모자란 형에게 똑같은 짓을 했다. '나'는 형에게 악을 쓰며 곱추여자를 찾아가지 말라고 한다.

어느 날 샛별문구는 원인 모를 화재로 타버린다. 그리고 아버지가 폭파하고 싶었던 64빌딩도 원인 모를 이유로 무너진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전인슈타인이 사라지며 섹소폰을 나에게 남겨주었고, 빌라는 재개발 구역에 편입 되었으며, 엄마는 용역깡패들이 부숴버린 포장마차 대신 중고트럭을 다시 가지고 온다. 일탈의 기운은 사라졌다. '나'의 가족은 이사를 가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통과의례 이야기는 상당히 다루기 어려운 글감이다. 게다가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새의 선물> 과 같은 괄목할 작품들을 읽은 독자라면 자연스럽게 비교의 대상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는 이런 점에서 상당히 불리한 출발점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불리한 출발점을 상쇄할 만한 장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는 '아 그렇구나, 아 그랬구나' 하는 정도의 몰입감 밖에 주지 못하는 밋밋한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제11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97826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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