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우일 그림,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평점 :
아직 여름이 한창일 때 양 사나이가 크리스마스를 위한 음악을 작곡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크리스마스는 아직 넉 달 반이나 남았으므로 양 사나이는 느긋하게 작곡해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10월이 지나고 11월이 다 가도록 양 사나이는 좀처럼 작곡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시무룩해져 공원에서 도넛을 먹고 있을 때 양 박사가 나타났다. 양 박사는 양 사나이가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구멍이 뚫린 음식, 즉 도넛을 먹었기 때문에 저주에 걸렸다고 단언했다. 12월 24일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동시에 성(聖) 양 축제일인데, 성 양 어르신이 한밤중에 길을 가다가 구덩이에 떨어져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날만은 구멍 뚫린 음식을 먹어선 안 되는데 양 사나이가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어쨌든 박사의 안내에 따라 저주를 풀기 위해 양 사나이는 구덩이를 파고 정해진 시간에 구덩이에 뛰어든다. 그리고 구덩이 안에서 왼쪽과 오른쪽으로 꼬인 꽈배기 형제, 208과 209 옷을 입은 쌍둥이, 바다까마귀, 부끄럼쟁이 사내를 만나 갖가지 '저주 푸는 방법'을 실행하다 마침내 성 양 어르신을 만나게 된다. 성 양 어르신은 양 사나이를 그냥 초대하면 싱거우니 '저주를 거는 방식'으로 초대했다고 말한다. 양 사나이는 모두와 함께 신나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낸다.
깨어난 양 사나이는 머리에 난 혹을 만지며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숙집에 돌아오자 우편함에 양 그림이 그려진 크리스마스 카드가 한 장 들어 있었고, 거기에는 '양 사나이의 세계가 언제까지나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이라고 적혀 있었다.
앨리스가 토끼굴에 들어갔다 나온 것을 연상시키는 양 사나이의 짧은 모험담은 무라카미 하루키 식 쿨한 유머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어우러져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애호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담긴 크리스마스 카드' 느낌으로 읽을 만 하다. 그림은 이우일이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