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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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LP 음반 수집 취미는 작품이나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하고 있으므로 잘 알려진 바다. 그런 그에게 또 하나의 수집 취미가 있으니, 바로 로고나 캐치프레이즈 등이 인쇄된 티셔츠를 모으는 것이다.

책머리에는 강렬한 노란색 바탕에 TONY TAKITANI라 프린트된 티셔츠가 소개된다. 단돈 1달러에 산 이 티셔츠는 사실 TONY TAKITANI라는 사람이 선거에 나서면서 홍보용으로 제작한 티셔츠인데, 중고로 이 셔츠를 구입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런저런 상상력을 발휘하여 단편 소설로 꾸며 내게 되었다. 티셔츠 수집 취미가 그의 글쓰기 작업에 영감을 불어넣은 예라 할 수 있을까.

티셔츠가 그 자체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일본의 경우 1970년대 즈음인가 보다. 그 전까지만 해도 무지 티셔츠를 언더셔츠, 즉 내의로나 입을까 티셔츠 자체를 나들이옷으로 입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디자인에 대한 관심, 제품에 대한 홍보 목적, 그 밖의 실용적인 이유로 티셔츠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티셔츠에 새겨진 문구나 로고가 그 사람이 지향하는 바, 또는 관심있는 분야를 나타내는 아이콘이 되었다.

서핑, 레코드, 맥주, 록음악, 귀여운 동물, 대학교와 슈퍼 히어로... <무라카미 T>는 하루키가 관심있어 하는 것들이 프린트된 티셔츠에 대해 짤막하게 써내려간 글들을 잡지 <뽀빠이>에 1년간 연재한 뒤 이를 엮은 책이다. 무더운 여름 한낮에 한 시간 가량 한가로운 마음으로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한 책이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면, 마음에 드는 티셔츠를 사기 위해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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