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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녀의 거짓말 - 구드 학교 살인 사건
J.T. 엘리슨 지음, 민지현 옮김 / 위북 / 2020년 8월
평점 :
100년 이상 사립 명문 여학교의 명성을 유지해 온 구드학교. 오늘 그 학교 정문에 시신이 한 구 매달려 있다. 무참히 꺽인 목에 빨간 실크 스카프가 감겨 있고, 졸업 가운과 색색의 숄을 두른 시신은 거리를 등지고 있었는데 얼굴이 훼손되어 누군지 알아보기 어려웠다. 얼마 후 웨스트헤이븐 학장이 타나났다. 신원을 아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학장은 모른다고 했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소녀들이 이름 하나를 중얼거렸다. 애쉬.
애쉬 칼라일의 본명은 애슐린 카이고, 아버지 데미언 카 경은 영국 상류층의 자산관리를 해주며 명성을 쌓은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출세 외엔 관심이 없었고, 독재적인 성향 때문에 반항심 넘치는 애쉬와 사사건건 충돌했다. 둘의 관계가 날로 악화되자 데미언은 딸을 미국에 있는 구드학교 기숙사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바로 그 즈음 데미언이 추문에 휩싸인다. 이 때문에 차관 자리를 놓친 데미언은 불같이 화를 내며 애쉬에게 손찌검을 한다. 딸 애쉬가 범인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애쉬가 집을 뛰쳐 나가버리고, 얼마 뒤 데미언 카 경이 자살한다. 애쉬의 어머니 역시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다.
애쉬는 구드 학교 입학을 허락받았지만 영국의 복잡한 상속 제도 때문에 사실상 무일푼이었다. 데미언 카 경은 애쉬 칼라일이 대학 학위를 취득한 뒤 25세가 되면 유산을 물려주도록 유언장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사정을 딱하게 생각한 웨스트헤이븐 학장은 애쉬에게 구드 학교 장학금을 주기로 결정하고 졸업 때까지 대리인 자격으로 돌봐주기로 한다.
구드학교에 입학한 애쉬는 큰 키와 예쁘장한 외모, 영국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에 주위의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애쉬는 비사교적인 태도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 했고, 이런 태도가 또 다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겨 베카의 주목을 끈다.
비밀클럽의 수장이자 명예규율을 관리하는 학생회장 베카의 눈에 드는 것은 모든 하급생이 바라는 바였음에도, 애쉬는 베카의 비위를 맞추기는 커녕 베카에게 저항한다. 베카의 처절한 응징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베카로 부터 비밀클럽 초대를 받게 되는 애쉬. 그리고 그런 애쉬를 질투해서 애쉬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룸메이트 카밀과 친구들...
애쉬가 학교에 입학한 직후 애쉬의 피아노를 전담하게 될 뮤리얼 그래슬리 교수가 알레르기로 사망하고, 얼마 후 애쉬의 룸메이트 카밀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살한 뒤 부검 과정에서 그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10년 전 구드학교에서 있었던 살인사건과 그 범인의 아들 루미. 그리고 자신보다 한참 어린 루미와 불륜관계를 이어가는 웨스트헤이븐 학장. 애쉬가 받아갈 재산의 반을 즉시 수령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배다른 언니의 등장. 소설은 점점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거짓이 하나하나 드러나는데, 과연 애쉬는 왜 학교 교문에 시신이 되어 매달리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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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J.T.엘리슨은 정치학과 영문창작을 전공했는데 커리어의 초반에는 정치 분야에 뛰어들어 대통령 임명직으로 백악관 상무부에 근무했다. 이후 방위 및 항공우주 업체 재무분석가로 근무하다 2012년 캐서린 쿨터(Catherine Coulter)와 공동 작업을 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후 다수의 베스트셀러 작품을 출간했으며, Joss Walker 라는 필명으로 판타지 소설도 집필하고 있다.
<착한 소녀의 거짓말>은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를 모티프로 하여 진행된다.
뮤리얼 그래슬리 교수는 애쉬가 실수로 준 캐러멜 때문에 사망한 것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사망 덕에 애쉬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이 늦춰진다.
애슐린은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았으나 자신도 동생, 아버지, 어머니를 모두 죽인 사이코패스이다. 아버지에게 얻어 맞거나 우울할 때 자신의 곁을 지켜준 알렉산드리아와 신분을 바꾸기로 한 건 미국에 있는 구드학교에 입학하기로 결정되었을 때다. 알레산드리아는 교육 받을 처지가 못 됐고, 애슐린은 공부하기 싫었으므로 이 거래는 별 문제없이 성사된다. 그들이 알지 못했던 것은 둘이 배다른 자매라는 사실이었다. 아버지가 배다른 언니에게는 즉시 유산을 지급한다는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애슐린이 눈이 돌아 여러가지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교문에 매달린 소녀는 베카였다. 애쉬라는 이름을 소녀들이 중얼거리는 장면을 삽입해 독자를 착각하도록 만든 것은 반칙성 트릭이지만, 비밀클럽에 공을 들여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장면이나 카밀이라는 또 다른 사망자를 슬쩍 끼워 넣어 사건을 복잡하게 직조하는 수법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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