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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 - 안개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현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언제인지 모르는 시대의, 어디인지 모르는 곳에서의 이야기
마을에 뿔이 난 아이가 태어나면 13살이 될 때까지 촌장이 기르다가 안개의 성에 제물로 바치도록 되어 있다. 그 아이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촌장도 잘 몰랐다. 하지만 제물을 바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북쪽 마을을 보면 안다. 사람과 동물 모두 돌로 변한 그곳은 시간의 풍화를 견디는 중이다.
열 세살이 된 이코를 제물로 데려가기 위해 수도에서 대신관이 온다고 했다. 토토는 이코와 함께 안개의 성에 가고 싶었기에 몰래 집을 나가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길을 잘 못 든 토토는 북쪽 마을로 가게 되고, 검은 안개가 뭉쳐진 여자 얼굴과 맞닥뜨린다. 안개는 분노를 토해내며 토토가 타고 간 말을 돌로 만들어버렸다. 토토는 가까스로 빛나는 책 한권을 들고 탈출할 수 있었지만 며칠 뒤 돌로 변해버렸다.
토토가 가지고 온 빛나는 책은 '광휘의 서'가 틀림 없었다. 촌장은 책에 그려진 증표를 이코에게 입히면 안개의 성에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수도에서 온 대신관을 따라 이코는 안개의 성으로 가서 석관에 제물로 바쳐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석관이 깨어지며 튕겨 나온다. 증표 때문인 것 같았다. 길을 잃고 헤메던 이코가 우연히 천장에 메달린 구조물에서 소녀를 발견한다. 연결된 줄을 풀어 소녀를 빼낸 이코는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성을 탈출하려 한다. 이것이 <이코>의 시작이다.
<이코>는 Sony Computer Entertainment가 2001년에 발매한 플레이스테이션 2용 게임이다. 당시 인기가 있었던 <귀무자>가 일섬을 날리며 귀신을 짚단 베듯 쓰러뜨리고, <진 삼국무쌍>의 여포가 일기당천의 용맹을 자랑하며 방천화극을 젓가락 돌리듯 하는 게임들에 비해 <이코>는 매우 '순한 맛' 게임이었다. 머리에 뿔이 난 이코가 가진 무기라고는 막대기 하나에 불과하고, 덤벼드는 괴물도 검은 그림자에 불과하다. 함께 성을 탈출해야 하는 요르다는 잘 따라오지 않고 자꾸 길을 헤맨다. 게다가 의사소통도 안 된다. 성질 급한 플레이어들은 찍먹 수준도 안 되는 짧은 플레이 타임을 기록한 뒤 접는 수순을 거쳤고,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코>는 그 뒤로 가끔 생각이 났다. 무슨 이유로 이코는 머리에 뿔이 나 있나, 요르다는 왜 안개의 성에 갖혀 있나, 둘이 탈출에 성공한 뒤에는 어떻게 되나. 그러다 미야베 미유키가 쓴 소설 <이코, 안개의 성>이 2005년에 출간되서 구입했는데, 읽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소설 <이코, 안개의 성>은 게임 공식 설정은 아니다. 소설은 빛과 어둠의 세계의 대립 구도를 설정했는데, 안개의 성에 유폐된 여왕은 요르다의 어머니다. 여왕은 빛의 힘이 가장 약해지는 일식이 오면 다시 힘을 되찾을 것이다. 그동안 시간의 딸 요르다가 필요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여왕은 제물을 요구한 적이 없었고, 제물이 필요하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제물은 빛의 세력들이 자신들의 세계를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낸 희생양으로, 여왕에게 대항한 검사 오즈마의 자손들이었다.
<이코>는 이후 <완다와 거상>, <더 라스트 가디언> 후속작을 냈고 게이머와 평론가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717048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