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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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정이 지난 시각, 교통경찰 진나이 슌스케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마쓰토야 유미의 <리프레인이 외치고 있다>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대고 있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고 교통사고가 접수된다. C마을 3번가 교차점에서 외제차와 경차가 충돌했다는 것이다.

현장에 가보니 외제차는 그다지 피해가 없었지만 경차는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다. 외제차 운전자인 도모노 가즈오는 경차가 신호 위반을 했다고 주장했고, 동승자인 여자친구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사고 직후 신호등이 초록색이었다가 곧이어 노란색으로 바뀌었다고 진술했다.

한편 경차 운전자 미쿠리야 겐조는 중상을 입고 후송되어 진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동승자인 여동생 미쿠리야 나호가 초록불이라고 주장했으나 그녀는 시각장애인이었다. 그녀는 오빠가 사고 나기 조금 전 '됐어, 초록색이야. 굿 타이밍!' 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경차 운전자가 끝내 사망한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 목격자를 찾는 프래카드를 내걸었다.

얼마 뒤 목격자가 나타난다. 이시다라고 자신을 밝힌 그는 사고 현장을 목격했는데 시간은 12시 조금 전이었고 경차 운전자가 신호를 위반했다고 진술한다. 하지만 어쩐지 의심쩍은 진술이었다.

이 이야기를 나호에게 확인하니 그녀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하며 사고는 12시가 지난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라디오에서 나쓰토야 유미의 <리프레인이 외치고 있다>의 가사 중 '~이 비추면서' 부분에서 충돌이 이뤄졌다고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한다.

사고 직후 현장을 찍은 비디오에 은행 시계가 잡혀있었기에 나호의 진술, 그리고 교통신호제어기의 신호 주기를 역산하여 진나이는 경차가 파란불에 교차로에 진입했다는 것을 밝혀낸다. 외제차 운전자 역시 빨간불에 지나갔다는 것을 뒤늦게 인정했다. 외제차 운전자의 동승자 역시 사고 직후 내려 은행 시계를 보니 0시 1분으로 바뀌었다며 뒤늦은 진술을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진나이는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은행 시계는 41초 느렸던 것이다.

사고 직후 나호가 공중전화를 걸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어쩌면 그녀는 공중전화로 시보를 듣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후 신호주기를 파악해 진술을 짜맞췄던 것은 아닐까. 두 차 모두 빨간불에 교차로에 진입한 것은 아닐까. 진나이는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해짐을 느낀다.

교통사고와 교통경찰의 에피소드 6편을 담은 <교통경찰의 밤> 첫 머리에 실린 < 천사의 귀 > 줄거리이다.

이 밖에도 무단횡단하는 중년여성을 피하려다 트럭이 전복되어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을 다룬 <분리대>, 운전이 미숙한 운전자를 상대로 난폭운전과 위협운전을 일삼다 도리어 운전자의 계교로 여아살인범으로 몰린다는 <위험한 초보운전>, 아무 생각 없이 주차된 불법차량 때문에 아이를 잃은 사연을 다룬 <불법주차>, 살인을 일으킨 사람이 고속도로 창밖으로 캔커피 깡통을 버려 누군가를 실명케 하고, 피해자의 집요한 추적 때문에 결국 살인을 들키고 마는 <버리지 마세요>, 일본과 운전석이 다른 미국에서 면허증을 땄기 때문에 착오로 사고를 일으킨다는 <거울 속에서>가 실려 있다.

지금이야 블랙박스와 CCTV가 있어 사고 이후 다툼이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20년 전쯤엔 도로 위에서 운전자끼리 목소리를 높여 싸우는 상황히 상당히 자주 발생했다. <교통경찰의 밤>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자동차부품회사 엔지니어로 일하던 당시의 경험을 살려 쓴 소설이라 교통경찰들이 사고 조사를 함에 있어 타이어 자국, 목격자 진술, 신호등체계 등에 의존하던 시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최근의 작품 보다 농밀한 느낌을 주며 수수께끼 풀이에서는 젊은 패기가 느껴진다. 1992년도 작품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658418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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