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
토머스 해리스 지음, 이창식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크리스탈(메탐페타민) 제조와 유통에 책임이 있는 이벨다 드럼고를 잡기 위해 FBI, DEA, ATF가 합동팀을 꾸려 펠리시아나 어시장을 급습한다. 두목 이벨다 드럼고는 자신의 갓난아이를 방패 삼아 격렬히 저항했지만 클라리스 스탈링이 쏜 총에 현장에서 즉사한다. 그녀가 쏟아낸 피를 흠뻑 뒤집어쓴 갓난아이를 스탈링은 재빨리 생선 도마에 올려놓은 뒤 물로 씻어냈다. 이벨다는 AIDS 양성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언론에 고스란히 잡혀 보도되었다. 어디선가 작전계획이 샌 것이 분명했다. "죽음의 천사 클라리스 스탈링, FBI의 살인기계"가 내셔널 태들러의 헤드라인이었다.

버팔로 빌로 알려진 연쇄살인마 제임 검을 체포한지 7년이 흘렀다. 스탈링은 남성적인 조직문화와 폴 렌들러 같은 출세주의자의 집요한 견제에 지쳐가는 중이었다. 잭 크로포드는 퇴직을 앞두고 있어 힘이 빠져 있었고, 마틴 상원의원 역시 현역이 아니었다. 여러모로 스탈링에게 불리한 환경에서 펠리시아나 어시장 총격 사건과 관련한 청문회가 개최된다. 그리고 스탈링은 정직 처분된다.

한편, 열 명을 살해하여 멤피스 감방에 수감되었던 한니발 렉터는 탈출 과정에서 5명을 추가 살해한 뒤 브라질에서 성형 수술을 받고 위조 여권을 취득하여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완벽한 이탈리아어와 중세와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춘 한니발은 카포니 궁 관장을 살해한 뒤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 한니발의 흔적을 엄청난 자금을 동원해 뒤쫓는 이가 있었다. 바로 메이슨 버저였다. 한니발에게 한쪽 눈과 코, 입술 등을 제거된 뒤 기계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는 메이슨 버저의 유일한 소망은 한니발을 산 채로 잡아다 돼지 먹이로 주는 것이었다. 그는 납치전문가를 고용하고 엄청난 현상금을 내걸어 한니발을 쫓았다. 그리고 그의 이런 노력에 확실한 응답이 있었다. 현상금에 혹한 이탈리아 경찰 하나가 소매치기로 하여금 한니발로 보이는 자를 털게 했고, 그 과정에서 지문을 은팔찌에 찍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그런 상황도 모르고 한니발은 스탈링이 FBI에서 받는 박해와 그녀의 구원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다.

스탈링을 스토킹하며 그녀를 도우려는 한니발, 한니발을 뒤쫓는 메이슨 버저, 자신을 도우려는 한니발을 뛰어난 추리와 직감으로 추적하는 스탈링. 마침내 스탈링이 한니발의 행동과 습관을 분석해 흔적을 잡아내는 데성공하지만, 선수를 친 것은 메이슨 버저와 그들의 일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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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해리스가 창조해 낸, 범죄소설 역사상 가장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 한니발. 그가 그토록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가려져 있음' 덕택이다.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어 있지 않으므로 독자는 한니발에 대한 빈 틈을 상상으로 메울 수 밖에 없다. 상상 속에서 한니발은 대적할 수 없는(invincible) 악한으로 거듭 난다.

그런 한니발을, 본편에서 땅으로 끌어내려 형상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찰흙을 붙어가며 모양을 만들어 가면 갈수록 한니발은 초라해진다. 그의 살인과 식인의 이유가 무엇인지 얼핏 보여주고, 스탈링에 대한 태도도 '사랑'의 형태로 좀 더 뚜렷하게 제시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신(神)격은 분해될 뿐이다. 바벨탑은 무너진다.

한니발을 구한 스탈링은 그를 체포하지 않고 함께하는 길을 택한다. 그리고 토머스 해리스는 프리퀄 <한니발 라이징>을 통해 다시 한번 한니발의 형상화에 도전한다. 성공할 수 있을까...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63645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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