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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사소했던 일 ㅣ VivaVivo (비바비보) 37
왕수펀 지음, 조윤진 옮김 / 뜨인돌 / 2018년 4월
평점 :
월요일 오전, 7학년 1반 교실에서 린샤오치가 큰 소리로 "일본에서 사 온 금색 볼펜이 왜 안 보이지?"라고 외친다. 그러자 장쉐가 "어라, 천융허의 필통에 그거랑 똑같은 펜이 들어 있는데?" 라고 말했다. 천융허는 아무 말 없이 벌게진 얼굴로 일어나더니 린샤오치 책상 앞으로 걸어가 볼펜을 쾅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고 교실을 빠져나갔다. 교실은 조용해졌다.
잠시 후 반장 장페이페이가 "만약 천융허가 그 볼펜을 훔쳤다면 어째서 장물을 필통 안에 넣어 두었겠어?"라고 말해 정적은 깨졌다. 장페이페이는 천융허가 도둑이 아니라고 말한 것 같았지만, '장물'이라는 표현은 천융허가 도둑이라는 연상작용을 불러일으켰다.
사건은 꼬리를 이었다. 수요일에 리뷩쉰이 500위안을 잃어버렸다고 한 것이다. 이 주일 뒤에는 저우유춘이 500위안이 충전된 버스카드를 잃어버렸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 차이리리가 300위안을 잃어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페이페이가 학급비 100위안이 빈다고 말했다. 천융허가 도둑으로 몰리는 분위기가 조성되던 시점에 천융허가 왕 선생님께 이렇게 말한다. "제 돈 1,000위안이 없어졌어요"
린샤오치는 잦은 이사 때문에 친구를 사귀기 어렵자 물건에 집착하고 허언을 일삼았다. 그녀가 최근 집착하는 물건은 금색 볼펜. 장쉐는 그 볼펜을 허락 없이 빌려 쓰다 얼떨결에 천융허의 필통에 넣어버린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갔지만 장쉐는 천융허를 위해 명확하게 해명의 말을 해주지 않았고, 반장 장페이페이는 절친 장쉐가 천융허를 좋아하는데도 그가 쌀쌀맞게 굴었다는 이유로 사건을 키워버린다.
도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이때다 하고 뤼뷩쉰은 500위안을 게임아이템 사는 데 써버린 후 부모에게 도둑맞았다고 거짓말하고, 저우유춘은 장페이페이의 사주를 받아 버스카드를 잃어버렸다고 선생님께 말한다.
차이리리 역시 회식비로 모은 300위안을 엄마가 가져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도둑맞았다고 선언한다. 여자아이들이 거는 장난에 진절머리가 나 쌀쌀맞게 대했다가 오해를 사 도둑으로 몰리는 천융허 역시 1,000위안이 없어졌다고 하는데 사건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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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독자에게 맡긴 뒷이야기를 맡기고 조용히 물러난다. 아이들을 위한 성장소설이고, 관계의 소중함과 다양한 시각의 중요성을 제시해주려는 작가의 선량한 의도가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소 섬뜩한 결말을 떠올려 본다. 집단 따돌림이 시작되는 폭력적 전개나, 누군가의 자살로 끝나는 비극적 결말 같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 <방과 후>에서 살인 이유는 자위행위 장면을 들켰다는 어이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와이 슌지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서 학폭과 괴롭힘의 가해자가 둘도 없는 절친이었 듯, <처음엔 사소했던 일>에서도 천융허를 제일 먼저 외면하고 그가 도둑으로 몰리는 것을 고소해하는 것은 절친 뤄추안이었다.
아이들은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다. 그것이 내면의 악 때문이 아니라 단지 상황 때문일지라도 미성숙한 아이들의 행동이 만드는 비극은 어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사소했던 일들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보여주는 이 소설을 읽다보면, 진실을 밝히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이 종종 인간의 편견과 욕망 때문임을 깨닫는다. 눈으로 본 것이 사실에 가까울 수는 있어도, 그것이 곧 진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아동문학작가 린즈링은 이렇게 말한다.
각도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사건의 전모를 볼 수 없게 만드는 사각지대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눈에 발견되지 못한 것은 '생리적 각도'가 아니라 '심리적 각도'의 농간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경이나 경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삶의 시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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