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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주다
와타야 리사 지음, 양윤옥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유우의 아버지 토마와 어머니 미키코는 프랑스 유학 중 만나 사랑에 빠졌다. 어린 나이의 사랑이 그렇 듯, 얼마 지나지 않아 한쪽의 사랑이 식었다. 토마는 이별을 통보했지만, 미키코가 메달렸다. 얼마 후 미키코가 유우를 임신하게 되자 토마는 어쩔 수 없이 미키코와 결혼한다.
유우는 프랑스 혼혈인 아버지 피를 물려 받아 귀엽고 깜찍한 외모를 갖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의류 통신판매 카탈로그 모델을 하게 된 유우는 어린 나이에 '스타치즈'의 평생 모델로 발탁 되며 연애인의 길을 걷게 된다. 그녀의 성장에 맞추어 스타치즈 CM을 매해 두 편 찍는다는 기획은 잔잔한 성공을 거두었고, 점차 성장하는 유우의 평범하면서도 반짝거리는 삶이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데 성공한다. 유우의 성장하는 건강한 모습이 국민 여동생으로서의 이미지에 들어 맞았던 것이다.
대규모 소속사가 유우를 픽업하고 유우는 한층 빛나는 길을 걷게 된다. 배우와 가수, 와이드쇼의 게스트를 넘나 들며 착실히 인기를 쌓아가는 유우의 앞날은 평탄해 보였다.
고3이 되자 기획사는 유우가 보통 학생들처럼 입시에 도전해 대학에 합격한다는 스토리 속의 주인공으로 만들려 한다. 하지만 뒤늦게 공부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른 사람에게 꿈을 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깨가 뻣뻣해지던 어느 날, 유우는 우연히 TV에서 본 마사아키라는 스무살 짜리 댄서에게 반하게 된다. 그에게 빠져들어 사귀게 되고, 호텔을 드나들게 된다. 그리고 분위기에 휩쓸려 성행위를 동영상으로 남기게 되고, 결국 영상이 유출되어 유우는 연예계에서 퇴출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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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어쩌면 와타야 리사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와타야 리사는 17세 되던 해 <인스톨>로 제38회 문예상을 최연소 수상했고, 이후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으로 권위의 아쿠타가와상 최연소 수상자가 된다.
유우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며 이름없이 잊혀질 것을 두려워한 것처럼, 작가 역시 문학이라는 세계에서 너무 화려하게 데뷔했기에 자신의 미래에 불안감을 느꼈을 법 하다.
'꿈을 준다'는 것의 꿈은 언제까지고 '타인의 꿈' 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꿈을 주는 쪽에서는 꿈을 꾸어서는 안 된다.(379p)
유우가 연예계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내뱉은 말이지만, 최연소 문학상 수상자 타이틀에 짓눌린 와타야 리사 자신의 한탄으로도 읽힌다.
내면에 차고 넘치는 것들을 써내며 해방감을 맛 보고, 그 괄과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는 오직 기쁨만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본말이 전도 되어 두 번의 최연소 수상 타이틀이 어깨를 짓누르고, 다음에 써낼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독자, 출판사, 평단의 관심이 집중되자 이전처럼 자유분방한 이야기를 써 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이후 3년 만에 내 놓은 <꿈을 주다>는 그래서, 와타야 리사 스타일의 재기발랄함과 깜찍함이 덜 한 작품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6226966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