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귀도 살인사건
전건우 지음 / 북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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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귀도는 조선시대 귀양지로 이렇다 할 물산이 나지 않는 척박한 섬이었다. 이 섬에 선비 하나가 역모죄로 귀양을 왔다. 선비는 뜻밖에도 섬에 애정을 갖고 생활했다. 그는 섬의 부를 늘리고 백성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산에서 물길을 끌어오는 한편, 염전을 일구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선비에게 감읍하며 고마와했다. 하지만 얼마 후 의금부 도사가 들이닥쳤다. 도사는 선비가 또 다시 역모를 꾸몄다고 했다. 도사는 마을 사람들에게 직접 선비를 처형하여 역모와 관계 없음을 증명하라 했다. 마을 사람들은 주저했지만 박가라는 자가 나섰다. 선비는 박가의 도끼질로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그리고 "불귀도에 발을 들여놓은 자 피를 토하고 죽으리라!"는 저주를 남긴다.

그 불귀도에 태풍이 몰아치기 직전, 외지인들이 방문한다. 동생 유현이 섬노예로 끌려갔을 거라 짐작하여 찾으러 나선 유선, 섬 생활을 취재한다고 했지만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어 보이는 PD 정우와 리포터 현정, 낚시꾼이라고 자처하는 사내 셋, 그리고 열혈순경 동주와 세상에 닳고 닳은 그의 상관 만철.

태풍이 거세져 섬이 외부로부터 고립된 직후부터 시체가 발견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처음에 발견된 여성의 시체를 보고 마을 사람들은 어쩐지 쉬쉬하는 태도를 보인다. 순경인 동주는 사건을 정식으로 처리하려 하지만 이장을 위시한 마을 사람들과 상급자 만철은 사건을 덮으려 한다.

하지만 이후 마을 원로 두만의 석연치 않은 자살, 제초제 메소밀에 의한 대량 살해 시도와 일부 주민의 사망, 동네 건달 강두의 죽음 등 사건이 잇따르자 마을 사람들은 그 옛날 불귀도에서 한을 품고 죽어간 선비가 산발귀가 되어 모든 마을 주민을 몰살하려는 것이라며 패닉에 빠진다.

고립된 섬에서 여전히 계급사회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섬 사람들의 비밀은 무엇일까? 사람이 죽어갈 때마다 옛날 그 양반의 죽음과 산발귀를 들먹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25년 전 마을사람들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된 권가 가족의 이야기가 수면에 떠오르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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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전건우는 2008년 <선잠>으로 데뷔한 후 공포, 미스터리 장르 소설을 쉴 새 없이 생산하고 있다. 작가 스스로 "나는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익숙하지만 너무 재미있어 끝까지 읽게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 하고 있다고 밝히는데, 장르 소설가로서 자림매김이 확고하다.

<불귀도 살인사건> 역시 요코미조 세이시의 아류작이라 해도 할 말 없을 정도의 익숙한 컨셉과 전개를 보여준다.

범인은 25년 전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던 전가의 아들로 현재는 PD가 된 정우이다. 마을 사람들이 대마초를 재배하는 것에 반대하다 부모가 비참하게 살해당한 데 대한 복수극인데, 소소한 반전이라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유선의 동생을 사주하여 물에 메소밀을 타게 했다는 점 정도다.

오디오북으로 장거리 운전할 때 시간 떼우기에 괜찮을 법한 작품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62126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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