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비의
와카마쓰 에이스케 지음, 김순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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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마쓰 에이스케는 문학평론가로 1969년생이다. 게이오대학 불문학과를 졸했고, <오키 야스오와 그 시대, 구도의 문학>으로 제14회 미타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 책에 실린 에세이는 2015년 1월 8일부터 6월 25일까지 매주 목요일 니혼게이자신문 석간에 25회에 걸쳐 게재된 글들이다. 아내를 잃은 깊은 슬픔과 소회, 시와 소설로 부터 건져낸 슬픔에 관한 상념 등을 따뜻한 필치로 써내려간 이 에세이는 <무소유>, 이승우의 <생의 이면> 등을 일본에 소개한 김순희가 번역했다.

우리가 말을 하려는 것은 전하고 싶은 뭔가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이 가슴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온몸에 충만해질 때 비로소 우리는 말에 가장 가까워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9p)

인생에는 슬픔을 겪어야만 열리는 문이 있다. 그러므로 슬퍼하는 사람은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는 자들일지도 모른다.(12p)

인생의 기로라고 부를 만한 사건은 그것이 자신에게 아무리 강렬했다 하더라도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 모든 것이 우리의 내면세계에서 일어난 나만의 '사건'이기 때문이다.(19p)

무언가에 대해 진심으로 알고 싶다면 마음속에 무지의 방을 만들어야 한다. '알았다'고 생각한 순간 우리는 더 이상 탐구를 계속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29p)

진정으로 타인과 공감하려면 먼저 우리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혼자라고 느꼈을 때 비로소 타인이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38p)

생각하는 것은 안이한 답변에 안주하지 않고 흔들리는 마음으로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진정한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47p)

태연한 듯 보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헤아릴 수 없는 비통함이 숨겨져 있다..슬픔에 빠진 사람들은 오히려 눈물을 흘리면서 울지 않을지도 모른다...슬픔을 겪어야만 보이는 것들이 세상에는 존재한다.(58p)

인생의 의미는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소박한 말이지만 우리는 매번 이 사실을 잊어버리고 머리로만 생각하기에 절망에 빠지는 것이다.(65p)

읽는다는 것은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가 있다. 글로된 말은 언제나 읽는 행위를 통해서만 이 세상에서 살 수 있는 생명을 부여받기 때문이다...읽는다는 것은 말을 탄생시키는 일이다.(94p)

목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헤어지는 내 영혼보다

나 없이 침상에서 잠들어야 할 그대가 더 슬프다(106p, 고금와카집 中)

* 병이 든 아내가 남편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죽는 자신보다, 남겨질 남편의 슬픔을 걱정한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게 아니다. 반대로 글을 쓰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발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쓴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글자로 옮기는 행위라기보다 쓰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인생의 참뜻'을 인식하게 되는 경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165p)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620095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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